[사설]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부울경은 기존 투자 끼워넣기
3대 메가프로젝트서 동남권 소외시켜
기존 계획 재탕·들러리 전락 반발 확산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주의 질서가 퇴색하면서 지구촌 각 국가들이 각자도생 체제로 경제를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 대도약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인공지능),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발전을 이끌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AI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이다. 하지만 각 프로젝트 성장 거점을 서남권 등으로 정한 반면 부산 등 동남권에 대한 신규 발전 전략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점은 무척 유감스럽다.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각 분야 투자 계획과 인프라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광주 등 서남권에 총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4기와 인력 생태계를 구축해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키울 방침이다. 충청권에도 81조 원을 투자해 HBM 등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고,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과 대구·경북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혁신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도 언급했다. 계획 달성을 위해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과 함께 총력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 동남권에서는 정부가 고의적으로 지역을 소외시켰다는 반발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초 이날 동남권을 피지컬 AI 거점으로 육성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알맹이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언급한 동남권 투자 전략은 기존에 계획된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등을 재탕해 언급하는 데 그치면서 동남권을 고의적으로 배제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정부가 서남권 등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동남권에 대한 새로운 투자 방안을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지역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제조업의 도시다. 피지컬 AI에 필요한 현장 데이터가 대거 축적되어 있다. 정부가 이날 밝힌 대로 피지컬 AI를 대체불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면 동남권을 우선 육성 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부산 등 동남권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조차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다가 동남권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 용수, 인력 등 다양한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 정부가 국가 명운을 걸고 구성한다는 반도체·AI생태계에 동남권을 제외한 것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도 어긋난다. 동남권엔 빈 껍데기에 불과한 메가프로젝트를 구상한 저의가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