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31개월 만에 최대 상승 ‘기준금리’ 연속 인상 무게
한국 경제 상반기 강한 성장 속
1년 새 2.6%↑ 인플레 압력 우려
한은 “경계심 갖고 물가 상황 점검”
환율 하락 감안 8월 동결 관측도
상반기 한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고물가도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이 7·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7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6% 상승해 전월(2.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내구재 물가가 오르면서 2023년 12월(2.8%)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헤드라인 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오른 119.77(2020=100)로, 상승률이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다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경제 전반의 기조적인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상승세가 오히려 더 커지면서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8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참고할 지표로 근원물가를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계획이냐는 질문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 이내로 안정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근원물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근원물가를 강조하는 것은 일시적인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농산물 등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더 길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한 경기 회복세에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1.8%라는 고성장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0.6%(직전분기대비·속보치) 성장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5월 한은 전망치(0.2%)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상반기 내내 지속된 것이다. 이에 반도체 기업의 고액 성과급 등 여파로 임금이 오르면서 수요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비용 경로를 통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있지만 경기 호황에 따른 성장의 견조한 흐름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계속 있다”고 말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 품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에 있었던 일부 이동통신사의 대규모 통신요금 할인 기저효과에 크게 영향받아 7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이 2.8∼3.0%에 더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은이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으로 7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만큼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한 뒤 10월이나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율은 지난달 30일 밤 장중 1418.0원까지 내려 작년 10월 20일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이후로도 1430원 선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키움증권 안예하 책임연구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헤드라인 물가는 둔화하고 정부 정책으로 생활물가 상승 압력도 둔화하고 있다”며 “8월 동결 후 10월 인상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