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고 '빨간불'…北 대응 취약, 한·일 핵무장론에 중·러 대담해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이란전 장기화로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고갈되면서 아시아·유럽에 배치된 물량까지 차출되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무기 생산 속도를 높이려고는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 1500발 이상 소진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재건하는 데는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당국자 2명은 현재 이 미사일의 재고는 1700발 미만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톰 카라고 선임연구원은 무기 재고 고갈에 대해 "재래식 억제 수단의 세대적 파멸"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전력 재건에 수년이 걸릴 거라는 걸 아는 중국과 러시아가 원하는 시점에 매우 '의도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무기 재고 부족의 위험성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고 믿고 공격 강행을 결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무기 부족 사실을 공식적으론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NYT는 우크라이나에서 당장 무기 부족의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서방 동맹에서 제공받는 방공미사일 수량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6일 백악관에서 한 기자가 우크라이나의 이런 미사일 지원 요청에 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도 필요하다"라고 쏘아붙이면서 미군의 무기 부족이 전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탓이라고 주장했다.
CSIS에 따르면 미국이 1만발 이상의 유도폭탄 등 다량의 저성능 무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목표물에 근접해 투하해야 해 전투기가 적 방공망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런 위험이 적은 에이태큼스(ATACMS), 정밀타격미사일 등 특정 유형의 장거리 전력 재고는 이란 전쟁에서 대부분 바닥났다.
국방 정보에 밝은 미 당국자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공개 자료뿐 아니라 정찰 위성 등으로 미군의 무기 재고를 면밀히 추적해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국이 특정 작전 계획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무기 재고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NYT는 대만을 지목, "중국과 전쟁에서 필수적인 토마호크 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 다수가 중동으로 이관됐다"며 "수백발의 첨단 방공미사일이 한국과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중동으로 보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당국자를 인용, 미국 국방부가 정찰 자산을 중동으로 전환하고 방공 전력을 철수하면서 주한미군이 북한과의 전쟁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이런 현상으로 아시아의 일부 미국 당국자는 비핵전력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의심하게 된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추진할까 봐 우려한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