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동원령 내렸는데 제주 연수?”···경남 일부 기초의회, 가뭄 재난 속 출장 논란
김해시의원 23명, 직원 20명 참여
같은 날 의령군의회도 제주행 눈살
고성군의회는 출장 여비 반납 ‘공감’
“의정 교육” vs “현장 외면” 온도 차
경남 김해시의회가 지난 11일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지만, 다음 날 제주도로 의정 연수를 떠나 논란이 인다. 김해시의회 제공
극심한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된 국가적 재난 속에서 경남 기초의회들의 엇갈린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는 혈세 수천만 원을 들여 제주 연수를 강행해 비난을 자초했으나, 고성군의회는 국외출장 여비를 전액 반납하고 민생 회복 예산으로 돌려 지역사회의 공감을 샀다.
12일 김해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부터 1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떠났다. 전체 의원 25명 중 23명이 참석했으며, 의회사무국 직원 20명이 동행했다. 소요 된 시 예산만 4149만 5000원에 달한다. 연수는 당초 오는 19~21일로 계획됐으나 을지연습 기간과 겹쳐 일정이 일주일 앞당겨졌다.
문제는 의원들이 출발한 당일 김해 지역 현장이 가뭄 극복을 위한 비상 대응으로 한창이었다는 점이다. 폭염과 가뭄 장기화로 농업용수가 바닥나 전날 오후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고, 12일 오전부터 진례면 일대 농가에는 소방차 20대가 긴급 투입돼 급수 활동을 벌였다.
이미 김해 대표 특산물인 단감 재배면적의 30%가 일소(햇볕데임) 피해를 봤고, 지역 내 저수지 저수율도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자체와 소방 당국이 사력을 다해 가뭄 피해 최소화에 나선 시점에 지역 민심을 살피고 현장을 지켜야 할 시의회가 대거 자리를 비우면서 논란이 인다.
이에 조종현 의장은 연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조 의장은 “제10대 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아 처음 맞는 9월 정례회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사를 앞두고 준비 연수가 필요했다”며 “이미 계약된 일정이라 취소하면 위약금 부담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공개된 연수 일정표에 따르면 예산·결산 심사 기법, 행정사무감사 실무, AI 활용 의정활동 교육 등 매일 4~6시간씩 전문 강의가 편성돼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정 가운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방문 외에도 한라수목원 산책, 제주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관람 등이 포함돼 견학 성격을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연수에 참여한 주정영 의원 역시 출발 전 페이스북에 “가뭄으로 시민 걱정이 큰 상황에서 연수를 가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라는 취지의 글을 잇달아 올리며 시민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위약금 부담과 교육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우선순위가 어긋난 처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민은 “농민들은 말라가는 작물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고 소방차까지 동원되는 판국에 의원들이 제주도로 떠난 것은 현장 유기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의령군의회도 제주도 연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의령군의회 의원 10명 중 9명은 이날 행정사무감사 등 의정활동 교육을 목적으로 제주도에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의원들은 연수 기간 초빙강사 등을 통해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일부터 7일 사이에는 함안군의회 의원 9명도 제주도로 2박 3일 연수를 다녀왔다. 함안군의회 역시 의원들의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0대 고성군의회. 부산일보DB
반면, 고성군의회는 올해 편성된 군의원 공무국외출장 여비 3850만 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군민 고통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한 결단이다. 군민의 혈세는 무엇보다 군민의 삶과 민생 안정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는 의원들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게 군의회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열리는 제312회 제1차 정례회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한 뒤 집행부와 협의를 거쳐 지역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에 필요한 정책 사업 재원으로 활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영환 의장은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군민과 어려움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군민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