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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강국의 꿈, 이곳에서 출발했다”…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가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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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전시 중인 우주복.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전시 중인 우주복.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들어서면 누리호 축소모형과 75t급 엔진이 방문객을 맞는다. 한국 우주발사체 기술의 핵심이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들어서면 누리호 축소모형과 75t급 엔진이 방문객을 맞는다. 한국 우주발사체 기술의 핵심이다.

우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지난달 28일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1·2·3단과 엔진 등 모든 구성품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우리 인공위성을 태워 우주로 쏘아 올리게 되면서 우주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다. 인공위성 자리에 사람이 탑승할 날도 먼 미래가 아니다. 누리호의 환희가 가시기 전, 우주여행의 ‘출발 정거장’에 다녀왔다.

■ “5, 4, 3, 2, 1, 발사!”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는 부산에서 꽤 멀다. 전남 여수시나 순천시에서 1시간 반 정도 차를 더 달려야 내나로도를 지나 외나로도에 접어든다. 누리호를 쏘아 올린 발사대가 있는 나로우주센터는 출입통제구역이다. 대신 우주센터 초입에 방문자센터 성격의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자리한다. 5만 8000여㎡ 부지에 들어선 우주과학관은 크게 90여 종의 전시품과 다채로운 체험시설이 마련돼 있다.

매표를 하고 입구로 들어서자 로비 한가운데 누리호의 24분의 1 크기 축소모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로 옆에는 누리호의 심장이자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t급 엔진이 위용을 뽐내며 전시 중이다. 누리호는 이 엔진 4개를 묶어 1단에, 2단엔 1개를 달고(3단은 7t급 엔진 1개) 우주로 박차 올랐다.

1·2층으로 이뤄진 상설전시관은 여러 존(zone)으로 나뉘었다. 행성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입구를 지나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흥미로운 우주 세상이 펼쳐진다. 기본원리존에선 우주여행을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이 재밌게 구성돼 있다. 우주체중계에 올라서면 태양계 행성별로 중력에 따른 몸무게 변화를 알게 된다. 70kg인 사람이 태양에선 무려 1953kg으로 늘어나는 반면 달에선 고작 12kg 정도다. 달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크로마키 우주배경으로 우주인이 돼 보고, 기념사진도 찍어 이메일로 받아 볼 수 있다.

우주체중계에 올라서면 행성별 몸무게를 확인할 수 있다. 우주체중계에 올라서면 행성별 몸무게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로켓의 모형. 오른쪽 과학1호부터 시작해 맨 왼쪽 누리호까지 로켓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우리나라 로켓의 모형. 오른쪽 과학1호부터 시작해 맨 왼쪽 누리호까지 로켓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로켓존은 본격적으로 로켓에 대해 알아보는 순서다.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 1993년 발사), 2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Ⅱ, 1998년),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2002년), 나로호(KSLV-Ⅰ, 2013년), 그리고 누리호(KSLV-Ⅱ)까지 축소모형이 나란히 전시돼 우리나라 로켓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쪽 벽면에는 ‘세계의 로켓’이 크기별로 정리돼 있다. 나로호·누리호가 다른 로켓에 견줘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 가능하다.

바로 옆 나로호 로켓발사 체험시설도 발길을 사로잡는다. 1시간에 한 번씩 발사되는데, 철판 바닥에 올라서서 철제 난간을 잡으면 발사 순간의 진동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 볼 수 있다. 발사까지 남은 시각이 카운트다운 되고 1분 전엔 안내 방송도 나온다. 매 시간 관람객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의 비밀, 우주발사체의 원리 등 각종 정보를 알기 쉽게 해설해 주는 영상물도 곳곳에 마련돼 발사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로호 발사 진동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 매 시간 발사 때마다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나로호 발사 진동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 매 시간 발사 때마다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우주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영상관. 우주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영상관.

■ 우주에선 볼일을 어떻게 볼까

우주과학관 2층에는 인공위성과 우주탐사를 주제로 전시가 이어진다. 우리별 1호, 아리랑 2호 등 실물크기의 우리나라 위성을 만나 볼 수 있다. 바로 옆 위성영상관에선 한참을 시선이 빼앗긴다. 로마·시드니·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각국 도시를 우주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위성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다. 좌석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우주에서 세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주탐사존에선 국제우주정거장 내부 시설이 전시돼 흥미를 더한다. 침실과 실험실, 샤워실과 화장실 등 캡슐처럼 연결된 공간을 통해 우주인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지구에선 아기용으로 쓸 법한 앙증맞은 변기가 특히 재밌다.

2층 전시관을 나서면 ‘호버만의 구’(Hoberman Sphere) 조형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신비로운 음악에 맞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우주의 탄생 원리인 빅뱅이 연상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내부. 침실, 실험실, 샤워실, 화장실 등 다양한 공간이 캡슐 형태로 연결돼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내부. 침실, 실험실, 샤워실, 화장실 등 다양한 공간이 캡슐 형태로 연결돼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화장실의 변기. 아기용보다 조금 큰 정도다. 국제우주정거장 화장실의 변기. 아기용보다 조금 큰 정도다.
우주과학관 2층에 전시 중인 '호버만의 구'.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주과학관 2층에 전시 중인 '호버만의 구'.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관 바깥 복도와 계단, 로비 등 내부 곳곳에도 전시물이 있어 눈이 쉴 틈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어 반갑다. 라면·된장국·고추장·볶음김치 등 이 박사가 우주에서 먹은 우주식품과 실험에 사용했던 도구, 우주정거장에 다녀온 우리나라 기념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층 한편엔 이 박사가 2008년 우주비행 때 실제로 입은 소콜(SOKOL) 우주복도 전시돼 있다. 다소 낡아 더 현실적인데, 왼쪽 팔에 박힌 태극기만큼은 선명하다.

우리나라 로켓에 대해 좀 더 생생하게 알고 싶다면 1층에 별도로 마련된 로켓전시관을 꼭 들러야 한다. 대한민국 최초 액체추진로켓(KSR-Ⅲ)이 실물 크기 그대로 전시돼 있다. 높이 14m짜리 발사체를 옆으로 눕혀 놓으니, 훨씬 크게 다가온다. 2002년 11월 실제로 발사된 로켓의 엔진도 전시 중이다. 발사에 성공한 뒤 서해상에 떨어진 로켓의 보존가치를 고려해, 6개월 뒤 유인잠수정으로 인양했다. 여기저기 구겨지고 그을린 엔진의 모습은 ‘영광의 상처’다. 로켓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연구원들의 피와 땀을 보여주는 듯하다.

로켓전시관의 KSR-Ⅲ 엔진. 발사 성공 6개월 뒤 서해상에서 유인잠수정으로 인양한 실물이다. 로켓전시관의 KSR-Ⅲ 엔진. 발사 성공 6개월 뒤 서해상에서 유인잠수정으로 인양한 실물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에서 먹은 우주식품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에서 먹은 우주식품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야외에 전시된 우리나라의 로켓. 과학1호부터 나로호까지(누리호는 없음) 실물 크기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야외에 전시된 우리나라의 로켓. 과학1호부터 나로호까지(누리호는 없음) 실물 크기다.

■ 우주발사전망대에 가면…

우주를 향해 로켓(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센터를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 10개국 정도다. 발사대 등을 갖춘 나로우주센터(2009년 준공)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우주행 ‘지구정거장’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우주과학관에선 나로우주센터와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주과학관에서 40km쯤 떨어진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가면 멀리서나마 나로우주센터를 조망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운영하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과 달리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고흥군청 시설이다. 145m 해안절벽 위에 세워진 7층 높이 전망대는 주변 다도해 절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장료(성인 2000원) 값어치를 한다. 모바일로 전남사랑도민증을 발급받으면 반값 할인에다, 전남지역 식당과 숙소 등 200여 개 가맹점도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가면 4~6층 계단전망대를 따라 360도로 다채로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가면 4~6층 계단전망대를 따라 360도로 다채로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7층. 바닥의 빨간 발자국에 서서 유리창을 바라보면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7층. 바닥의 빨간 발자국에 서서 유리창을 바라보면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카페를 겸한 맨 꼭대기 7층 전망대에 오르면 나로우주센터를 볼 수 있는 자리가 표시돼 있다. 바닥의 빨간 발자국 위에 서서 유리창을 응시하면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나로우주센터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잔뜩 찌푸린 날씨라 나로우주센터가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며칠 전 이곳에선 우주센터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누리호의 힘찬 여정이 생생하게 보였으리라. 좀 더 자세히 나로우주센터를 보고 싶다면 3층 옥외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해도 좋다. 4~6층은 계단전망대인데, 나선형 계단을 따라 360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북서쪽엔 용바위 너머로 여수의 작은 섬들, 그리고 섬을 징검다리 삼아 고흥~여수를 연결하는 다리들(연륙·연도교)도 눈에 띈다.

누리호는 앞으로 수차례 더 발사될 예정이다.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계속될 우주여행의 출발 장면을 직관하고 싶다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안성맞춤이다. 이밖에도 인근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과 팔영대교(적금리 휴게소)도 추천 장소다. 꿈만 같았던 우주로 가는 길은 현실이 됐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그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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