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헌혈자가 부산 구·군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헌혈의 날을 정하고 특별 주간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헌혈을 독려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5일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헌혈자는 2019년 21만 3561명, 2020년 19만 7302명, 지난해 19만 4786명으로 매년 감소세다. 부산혈액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헌혈자 수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라 헌혈을 주로 하는 20~30대의 감소세도 피할 수 없어 앞으로 혈액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운대구 헌혈자 수는 지난해 1만 1653명으로, 2020년 1만 1730명보다 소폭 줄긴 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만 347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증가했다.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코로나19 이전 대비 헌혈자가 더 늘어난 곳은 해운대구가 유일하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 전체 헌혈자 대비 해운대구의 비율 또한 4.8%→5.9%→6.0%로 줄곧 증가세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해운대구에서 4789명이 헌혈을 해, 1~5월 통계만 보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부터 3년간 4388명, 4724명, 4789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대한적십자 부산혈액원 강재현 대리는 “부산은 인구 감소세가 타지역보다 빠른 편으로 헌혈자 수 감소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단기간에 급격하게 줄었다”면서 “하지만 해운대구만 유일하게 헌혈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부산혈액원은 해운대구가 조례로 '헌혈의 날'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헌혈을 독려한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2020년 전국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세계 헌혈의 날'인 6월 14일을 '해운대구 헌혈의 날'로 지정하고, 헌혈의 날이 포함된 일주일(13~19일)을 헌혈 주간으로 운영한다. 이 기간 헌혈을 하면 선착순 700명에게 추가 상품으로 문화상품권을 준다. 대한적십자사의 찾아가는 헌혈버스 7대도 해운대 지역에 집중 배치해 헌혈을 유도한다. 그 결과 2020년 626명, 2021년 421명 등 2년간 헌혈주간 동안 총 1047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지난 14일에도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2022년 해운대구민 헌혈자의 날'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장을 받은 황미향 효성시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팀장은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혈액난이 심각한 걸 느끼는데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헌혈의 날 조례를 이끈 이상곤 해운대구의원은 “헌혈은 남을 살리는 가장 중요하고 숭고한 일인 만큼 혈액 부족 현실을 알리기 위해 해운대구 헌혈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6년 전 해운대구 재송동 한 초등학생이 백혈병으로 혈액이 필요해지자 헌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로 이 의원은 지금까지 80회 헌혈을 실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