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부산 이기대를 가리는 고층 아파트 건립(부산일보 4월 8일 자 11면 등 보도) 관련해 아이에스동서(주)가 남구청에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행정 절차상 공공재 독점을 시도하는 건설사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기회지만 부산 남구청은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남구청은 남구 용호동 973 일원 고층 아파트 신축과 관련해 아이에스동서의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 전 마지막 행정 절차로 구청 승인이 떨어지면 아파트 착공이 가능해진다.
아이에스동서는 이기대 턱밑인 용호동 973 일원 부지에 고층 아파트 3개 동 건립을 추진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기대 공원이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아파트 입주민 소유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고 이기대 예술문화공원 조성, 용호부두 마리나 시설 계획 등 이 지역을 문화관광벨트로 육성하려는 부산시와 남구청의 청사진에도 엇나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논란에도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해당 사업을 지난 2월 조건부로 통과해 줬다. 뒤이어 남구청에 사업계획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서 사업 향방의 키는 남구청이 쥐게 됐다. 그러나 남구청은 아이에스동서가 제출한 사업계획 내용이 법적 문제가 없다면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인다.
또한 사업의 큰 뼈대는 이미 부산시 심의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이기대 조망권 등 도시 미관 문제를 다룰 재량권이 기초지자체에는 없다고 밝혔다.
남구청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는 사이 주민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도시 경관 보호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맹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남구청까지 무사통과 식으로 승인을 내준다면 주민 의견이 전혀 담기지 않게 된다. 해운대구청 등 인근 지자체들이 최근 무리한 고층 건축물 사업계획 승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점과도 대조된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사업계획 승인을 두고 외부 기관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의견이 나오지 않고 위법 사항이 없다면 남구청 입장에서는 건설사에 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호동 973 일원 고층 아파트 신축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 절차는 반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계획에 보완할 사항, 위법 사항을 외부 기관과 관련 부서가 점검할 예정이다. 사업 부지가 도시공원인 이기대와 바다를 접하고 있어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 평소보다 더 많은 기관과 부서가 협의 과정에 참여한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대로 부동산 경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