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면역세포로 난치 혈액암 정밀 공격” [명의와 함께 휴&락]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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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종내과 교수 ‘카티 세포치료’

부산 경남 최초로 치료센터 설립
재발 또는 불응 혈액암이 치료 대상
향후 고형암으로 확장 가능성 커
반응률 50~90, 완전관해 30~50%
사이토카인 폭풍 부작용 주의해야
해외 원정치료 여전, 규제완화 필요

내원정사(부산 서구 서대신동) 지일 주지스님이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사찰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원정사(부산 서구 서대신동) 지일 주지스님이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사찰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의 첨단 재생의료가 희귀 난치질환 환자를 위한 혁신적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대병원은 지난해 7월 식약처에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기관’으로 등록하고 CAR-T(카티) 세포치료센터를 지역에서 처음 설립했다. 동아대병원 카티 세포치료센터 이지현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카티 세포치료〉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이 교수가 방문한 휴&락 장소는 동아대병원 인근 꽃마을에 위치한 내원정사다. 내원정사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발우공양과 다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티 세포치료를 꿈의 치료제, 차세대 항암제라고 한다. 어떤 원리로 치료하는가.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키메릭 항원수용체(CAR)라는 특수 안테나를 달아 암세포를 인식하게 만든 뒤 다시 몸속에 주입해 주는 치료다. 자신의 T세포를 개조해 ‘암만 골라내는 눈’과 ‘세게 무는 이빨’을 달아서 다시 되돌려보내는 것이다.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로 암을 정밀 공격하는 치료라고 보면 된다.”

-부산 경남지역 의료기관에서는 최초로 센터를 설립했다고 하는데.

“지난해 7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카티 세포치료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이 장거리 원정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동아대병원이 검증된 시스템하에서 세포의 채취·보관·검사·관리 전 과정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티 세포치료센터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 GMP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식약처에서 인체 세포를 채취하거나 처리하여 첨단 바이오의약품 원료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혈액종양내과, 신경과, 감염내과, 중환자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약제부 등 다학제 팀의 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모든 원내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카티 세포치료는 어떤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

“현재 전 세계에서 승인받은 카티 세포치료제 6종 가운데 국내에선 킴리아 1종만 사용되고 있다. 혈액암 중에서 재발이나 반응을 안 보이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3차 치료와 25세 이하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재발, 소포림프종의 3차 치료 등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국산 카티세포 치료제들이 임상시험 후 허가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카티 세포치료가 현재는 혈액암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향후 고형암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카티 세포는 어떤 항원을 인지하느냐에 따라 치료 대상 암종이 달라진다. 현재는 CD19(림프종/백혈병), BCMA(다발골수종)을 발현하고 있는 혈액암이 주 대상이다. 고형암 영역은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인데 암 미세환경, 항원 이질성, 안전성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실용화까지는 단계적 검증이 필요한데 확장 가능성은 분명하다.”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으면 치료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나.

“그렇다. 급여 요건을 충족 못 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허가 이외의 적응증은 일반 진료로는 원칙적으로 어렵고, 임상시험 또는 첨단 재생의료 심의를 통과한 연구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비용은 제제비만 3억 5000만~5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적응증에 해당되고 급여 요건을 만족하면 본인 부담금은 700만~800만 원 수준이다.”

-카티 세포치료의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주요 국제 임상에서 재발 또는 불응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골수종에서 객관적 반응률이 50~90% 수준이고, 더 이상 병변이 발견되지 않은 완전관해가 30~50%로 보고된다. 특히 일부 제제는 지속관해도 관찰되고 있다. 다만 질환별로 제제와 치료시점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그동안 동아대병원에서 진행된 카티 세포치료의 성과는.

“환자 개인정보와 연구 윤리를 위해 개별 케이스에 대한 경과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개략적인 설명을 하자면 모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2~4차 치료 이후의 재발 환자에서 모두 부분반응 이상이었고 40~50%는 완전관해를 달성했다. 현재 추적관찰 기간이 짧지만 완전관해를 달성한 환자의 대부분은 지속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치료한 25세 미만의 재발성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도 반응을 잘 하고 있으며 치료 후 합병증을 잘 이겨내고 있다.”

-어떤 부작용이 있으며 대응은 어떻게.

“카티 세포치료 과정에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흔히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불리는데 사이토카인이 너무 많이 배출되면 일시적인 신호체계의 오류가 생기거나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대부분은 싸이토카인의 방출을 줄여줄 수 있는 약제를 통해 좋아지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혈구수치의 감소, 저감마글로불린혈증, 감염증 발병 등의 위험이 있어 주기적인 경과 관찰과 예방요법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 해외로 나가 원정치료를 받고 있다. 첨단 재생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 필요성은.

“일본 등 해외로 나가 원정치료를 하는 과정에 불필요한 진료비와 시간 낭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효과가 입증된 첨단 재생의료 영역에 대해선 신속하고 유연하게 허가 절차를 밟아주기를 기대한다. 카티 세포치료 합병증을 관리하는 약제도 신속하게 도입됐으면 한다. 공공과 민간기관 그리고 학계가 원활한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향후 재생의료의 발전 가능성은.

“카티 세포치료를 포함한 첨단 재생의료는 ‘약’ 중심에서 ‘세포·유전자 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정밀 표적치료가 가능하고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빠른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발 조기 단계에서 카티 세포치료를 시행하게 될 경우 환자의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사진=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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