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범운항 첫 기항지는 영국 펠릭스토우
팬스타, 기존 로테르담서 변경
EU 환경부담금 최소화 차원
4억에서 2000만 원 수준 절감
향후 정기운항에 변수 안 될 듯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오는 22일 부산항 신항에서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 출항으로 첫 발을 뗄 예정이다. 팬스타그룹은 첫 기항지를 당초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변경해 영국 펠릭스토우로 정했다고 밝혔다. 북극 과학연구활동을 하는 아라온호 모습. 해수부 제공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인 팬스타그룹이 첫 기항지를 기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영국 펠릭스토우로 변경했다.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른 환경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11일 팬스타그룹 등에 따르면, 북극항로를 운항하게 될 2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는 오는 22일 부산항 신항에서 출항해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우에 첫 기항한다. 이후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잠정 확정했다.
팬스타그룹이 첫 기항지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영국 펠릭스토우로 바꾼 배경에는 EU의 환경 부담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U ETS)와 온실가스 연료 규제(Fuel EU Maritime)가 ‘EU 도착 직전 기항지부터 EU 항구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로테르담으로 곧바로 운항할 경우, 운항 거리 약 1만 3000km에 따른 환경 부담금 등 비용은 편도 4억여 원에 달한다. 반면, EU 비회원국인 영국 펠릭스토우를 첫 기항지로 먼저 도착한 뒤 로테르담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펠릭스토우~로테르담’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이 산정돼, 환경 부담금 등이 1000만~2000만 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EU ETS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권리(배출권)를 부여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온실가스 연료 규제는 선박 연료의 단위당 온실가스 강도(GHG Intensity)와 실제 연료 소모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한다. 기준치 이하의 친환경 연료를 쓰면 비용이 들지 않지만, 일반 연료 사용 시 기준치와의 차이만큼 비용을 내야 한다.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팬스타 아크로’호는 친환경 연료 대신 MGO(선박용 경유)를 사용할 예정으로, EU의 규제에 맞게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 규제에 따른 비용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해당 항구에서 실제 화물의 하역(선적 및 하적)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이에 따라 팬스타그룹 측은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 항만에서 내릴 최소 하역 화물을 확보한 상태이며, 추가 화물 유치를 위한 영업도 병행하고 있다.
팬스타그룹 관계자는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대안이 없어 약 4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영국 기항을 통해 편도 4억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며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항을 대상으로 하는 화물 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으로 기항하는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이러한 항로 재설정 전략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EU의 환경 비용이 향후 북극항로 컨테이너 정기운항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팬스타그룹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위해 지난달 31일 HMM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몸바사’의 매입 계약을 완료했다. 이후 팬스타그룹은 해당 선박의 이름을 팬스타 아크로호로 확정하고, 오는 22일을 잠정 출항일로 확정한 상태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조만간 부산항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로 입항한 뒤, 극지 운항에 필요한 보완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현재는 보험 가입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러시아 통행 허가 등의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