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생이·너구리·족제비… ‘생태 보고’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중심 생태환경 크게 개선
다양한 야생동물들 새로운 터전
화지산 생태통로 타고 유입 추정
인간과 공존 ‘관리시스템’ 급선무
부산시민공원 내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11일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일원 전경. 이원준 기자 lwj@
너구리와 족제비가 돌아다니고, 멸종위기종 남생이가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는 곳이 부산 도심에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바로 빌딩과 도로에 둘러싸인 부산시민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은 공원 내 부전천의 생태환경이 개선되고 주변 산지와 연결되면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찾아드는 ‘도심 속 생태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시민공원에서 발견된 왜가리·너구리·남생이. 독자 제공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부전천 일대에서 너구리를 발견했다는 시민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부전천 인근에서는 너구리 외에도 족제비와 왜가리 등의 목격담도 이어진다.
SNS에서도 “시민공원에서 반려견 산책 도중 너구리와 마주쳤다” “시민공원에서 너구리를 봤다.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너구리였다” 등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시민공원 일대를 둘러보니 부전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흰뺨검둥오리와 왜가리 등 도심이나 일반 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조류가 바로 눈에 띄었다. 부전천에 있는 바위에는 국내 천연기념물이면서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토종 남생이가 한가하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남생이는 방생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생이 보호를 위해 외래 교란종인 중국줄무늬목거북을 잡는 통발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 하천 주변에는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동물들이 몸을 숨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빌딩과 도로에 둘러싸인 도심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부전천 일대는 야생 동식물의 터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야생동물이 시민공원을 찾는 것은 지난 십여 년간 이곳의 생태 환경이 꾸준히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부전천 주변에 수변식물과 억새·갈대류가 크게 늘면서 야생동물이 몸을 숨기고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풍부해졌다.
시민공원의 지리적 특성도 야생동물이 모여드는 이유 중 하나다. 황령산과 백양산에 서식하는 너구리와 족제비 등이 도로나 하수관로를 따라 도심으로 이동해 시민공원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천과 성지곡수원지에 서식하는 왜가리 역시 기존 서식지에서 먹이가 부족해지면 시민공원을 찾아 먹이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민공원과 맞닿은 화지산에서 넘어오는 야생동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평로를 가로질러 화지공원과 시민공원 일대를 연결하는 다리형 생태통로(에코 브리지)가 야생동물의 이동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생태통로 주변에서는 고라니의 분변이 발견되기도 했다.
환경단체는 시민공원이 야생동물의 새로운 터전으로 자리 잡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이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심 주변 산지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야생동물이 생존을 위해 시민공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이곳에 자리 잡은 야생동물 개체수를 파악하고, 이들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생태 터널을 확보해야 동물 로드킬을 줄이고 안전한 공존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