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은 안보문제”…美도 주목하는 ‘고려아연’
러트닉 상무장관 직접 거론
미국 내 통합 제련소 건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제공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공급망 협력 사례로 직접 거론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광업계 관계자 200여명과의 원탁회의에서 고려아연의 74억 달러 규모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프로젝트(프로젝트 크루서블)를 정부의 주요 공급망 투자 사례로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핵심광물을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국방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우리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료를 해외 적대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목표를 “미국에서 채굴하고, 미국에서 가공하고, 미국에서 정제하고,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관련 투자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을 확보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며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고려아연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핵심광물을 하나의 통합공정에서 생산·회수하는 ‘멀티메탈’ 경쟁력이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는 총 12종의 비철금속과 반도체급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 중 11종이 미국 정부 지정 60개 핵심광물에 포함된다.
아연·연·동·은과 함께 반도체·방위산업·통신·에너지에 쓰이는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이 대상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미 게르마늄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 원을 투자해 정제설비를 짓기로 한 바 있다.
그간 미국은 상당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도 제련·정제산업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수십 년간 저품위 원료를 처리하고 제련 부산물에서 희소금속과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통합공정 기술을 축적해왔으며, 폐기·적치될 수 있는 부산물과 스크랩까지 원료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형 사업 모델도 강점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 기존 아연제련소와 광산을 확보해 ‘크루서블 징크’를 출범시켰다. 현지 제련소 폰드장 5곳에 쌓인 약 62만 톤의 부산물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데 이어,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대형 인프라 인허가 신속처리 제도인 ‘FAST-41’ 대상으로 지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광물자원을 보유한 반면 산업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드는 제련·정제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검증된 기술을 가진 동맹국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한국의 제련 기술과 미국의 자원·시장·정책 역량을 결합한 한미 경제안보 협력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