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현대차그룹, 전분야 생성형 AI 활용 환경 구축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일 서울 본사서 ‘그룹 AX 성과 발표회’
전사 DX·AX 여정과 성과 공개
일반 직원도 AI로 업무 도구 만들어
분야별 업무시간 단축, 비용 절감

1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가진 ‘AX 성과발표회’에서 현대차·기아 진은숙 ICT 담당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1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가진 ‘AX 성과발표회’에서 현대차·기아 진은숙 ICT 담당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 말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 도입된 ‘충돌안전 AI(인공지능) 어시스턴트’를 통해 차량 충돌시험 데이터를 누구나 한 곳에서 검색하고 비교,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숙련자의 과거 경험에 기대 판단하던 것을, 이제는 데이터를 근거로 빠르게 검증할 수 있게 됐죠.”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 본사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개최하고,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전사 디지털 전환(이하 DX)과 AI 전환(이하 AX) 과정과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AI 기술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현대차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AX 기반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와 이를 토대로 전사 차원에서 추진 중인 AX 현황과 주요 성과, 향후 방향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모빌리티 산업은 제조 경쟁력 중심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DX를 추진해왔으며, 축적된 데이터와 디지털 업무 환경을 기반으로 AI를 조직 전반에 내재화하는 AX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DX를 기반으로 AI를 포함한 지능화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하며 AX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가진 ‘AX 성과발표회’에서 현대차·기아 진은숙 ICT 담당 사장과 개발담당자 등이 설명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1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서 가진 ‘AX 성과발표회’에서 현대차·기아 진은숙 ICT 담당 사장과 개발담당자 등이 설명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AI 시대 도래 이전부터 협업 방식과 데이터 체계 혁신을 중심으로 DX 체계를 준비해 왔다. 특히 2018년 정의선 회장이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힌 이후, 글로벌 협업 혁신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서며 전사 DX 전략을 구체화했다.

현대차그룹은 DX의 핵심을 단순한 업무 시스템 교체가 아닌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혁신으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간 정보와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업무 진행 현황과 의사결정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인 지라, 두레이를 비롯해 문서 공동 작성과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 컨플루언스를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플랫폼 도입 이후 임직원들은 전사 업무 현황과 주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업무 수행 과정과 결과물은 조직의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근원적으로 조직 간 협업과 정보 공유의 투명성도 한층 강화됐다.

제네시스 고객경험팀 장영석 책임매니저는 “현업 부서의 경우 기존에는 필요할때만 다른 부서와 메일, 메신저로 공유하고 담당자가 부재 시에는 맥락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플랫폼을 통해 완벽한 공유가 아니라 협업을 통해 동료들과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전 사업장과 임직원이 동일한 업무 환경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업무 시스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365(이하 M365)’를 2022년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M365를 활용해 글로벌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하고 업무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 규정으로 외부의 협업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던 자율주행, 수소 등의 연구개발 조직도 정부 관계 부처의 신속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동일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와 지식을 하나의 협업 환경에서 공유·축적할 수 있게 됐으며, AI가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연구개발, 생산, 품질, 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분산돼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했다.

그 결과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가 생산과 품질 관리에 활용되고, 판매 현장에서 확보된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나아가 전 밸류체인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AI 기반 의사결정과 업무 혁신을 위한 데이터 활용 체계를 갖추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정보와 데이터의 유기적 연결을 토대로 AI 활용을 조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에이치(H) 챗 프로’다. 이 플랫폼은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임직원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AI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H 챗 프로를 특정 조직이나 일부 인력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문서 작성, 정보 탐색, 데이터 분석, 코드 개발 등 다양한 업무에 외부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H 챗 프로는 지난 7월 기준 3만 명이 넘는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기아 임직원 중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기아 웹프론트엔드개발팀 서창윤 책임매니저는 “다른 대기업 직원들과 얘기하면서 우리가 지난해부터 생성현 AI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니까 놀라더라”면서 “직원 눈높이 맞춤 교육, 다양한 협의체 등이 있어서 새로운 업무시스템 작동이 원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각 부문별로 AI를 적용해 업무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높인 대표 사례들이 소개됐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수십 년간 축적된 충돌 시험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보다 빠르게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I를 활용해 연구 정보를 연결하고, 엔지니어가 단순히 자료를 검색하는 것을 넘어 유사 충돌 사례의 시험 조건과 차량 구조, 상해 발생 원인, 개선 대책까지 함께 분석·참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에 소요되는 시간을 약 90% 단축했으며, 확보된 시간을 분석 결과 해석과 설계 개선, 시험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와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차량과 시스템상에 등록된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검증하는 비전 AI 기반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차량 정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시스템 정보를 기반으로 검증했지만, 생산 라인에 설치된 카메라와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 식별번호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실제 차량 정보와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업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으며, 국내와 전세계 현대차·기아 공장 기준 연간 52억 4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해당 서비스는 국내 현대차·기아 전 공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인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글로벌 생산 거점 약 70개소에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 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차 공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동 경로를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설비 오류 등으로 대차 순서가 꼬일 경우 작업자가 직접 이동 경로를 판단하고 복구해야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존 탐색 알고리즘에 강화학습 기반 AI 기술을 결합해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최적의 경로를 자동으로 도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이는 등 운영 효율을 향상시켰다.

나아가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생태계인 ‘E포레스트 폴라리스’를 구축해 현업 엔지니어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검증,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생태계는 품질, 생산, 설비, 물류 등 제조 전 영역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조 특화 AI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고 AI 활용에 전문 개발 역량이 필요했지만, E포레스트 폴라리스를 통해 현업 엔지니어들도 자신의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단순한 시범 운영(PoC)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수준의 AI 에이전트를 구현함으로써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의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정비 지원 AI 서비스’를 통해 정비사들이 복잡한 정비 매뉴얼과 기술 자료를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도 문제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차량 오류 코드나 증상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AI가 관련 매뉴얼과 과거 정비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비 대응 시간은 약 42% 단축됐다.

고객 서비스 채널에서는 AI를 활용해 고객 리뷰 대응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고객 리뷰 대응 자동화 솔루션’은 전 세계 현대차·기아·제네시스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남긴 리뷰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하고 분류한 뒤 적절한 태그를 생성하고 답변 초안까지 작성하는 서비스다.

고객 리뷰가 등록되면 AI는 구조화된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리뷰 내용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 방향을 도출한 뒤 답변을 생성한다. 담당자는 AI가 생성한 결과를 최종 검토한 후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업무 효율성과 답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고객채널서비스품질팀 김슬찬 책임매니저는 “과거에는 담당자가 리뷰를 직접 읽고 분류한 뒤 개별 답변을 작성해야 했지만, AI 도입 이후 리뷰 1건당 처리 시간이 평균 35분에서 5분 수준으로 크게 단축됐다”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17개 언어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복 업무가 줄어든 덕분에 업무 담당자는 고객 경험 분석과 서비스 개선 등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체 고객 리뷰의 약 85% 이상이 AI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터는 전체 고객 리뷰 대응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 제조, 서비스, 고객 온라인 채널 전반에 AI를 적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임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며 전사 AX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X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AI를 미래의 과제가 아닌 이미 조직 전반에 내재화된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진은숙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독자추억공모전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