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7개월 지났는데 열에 여덟 채는 빈집
1월 입주 시작한 A 아파트 ‘썰렁’
분양률 33%·입주율 18%에 불과
입주율 낮아 상가엔 편의점 1곳만
부산 준공후 미분양 3292세대
악성 미분양 비중 40% 처음 넘어
대출 규제 탓에 거래절벽 더 심각
“저녁에 불 켜진 집도 몇 곳 없고, 침울하죠. 무섭기도 하고.”
부산 부산진구 A아파트는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10채 중 8~9채가 빈집이다. 12일 낮 12시 무렵 아파트는 한산했고, 잘 만들어진 주민 커뮤니티 시설이나 어린이 놀이터 등도 텅텅 비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마주친 입주민 30대 박 모 씨는 “소위 ‘영끌’을 하고 보금자리 대출을 받아 들어왔는데, 새 아파트 분위기가 침울해서 속상하고 미분양에 할인 분양 소식까지 있으니 더 속상하다”면서 “규제가 심하기 전에 들어와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최근 입주민 단체대화방에서는 재산상 손해에 대한 불만이 많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을 한 이 아파트의 경우 입주 7개월 차에 들어섰음에도 현재 분양률은 33%에 머물러 있고, 입주율도 18%에 그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자 대부분이 실제 분양을 받아 들어온 실입주자들이다. 세입자는 몇 집 안 된다.
입주율이 낮다 보니 아파트 상가에는 부동산이 없고 편의점 하나만 들어와 있다. 도시철도로 한 코스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미분양 후 신탁등기가 돼 있다 보니 전세자금 대출까지 절차상 거의 막혀 있어 대출 안 하는 세입자 찾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미분양 해소가 더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는 미분양, 할인분양이 많아지면 일대 다른 아파트들에까지 타격이 가 거래절벽 등 연쇄 반응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도시철도 2호선 라인 가야대로에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일대 거래절벽이 심각해지고 있고, 주택 거래를 원하는 이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잔금을 치르고 새 아파트로 넘어가야 하는데, 가격을 낮춰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다.
이날 부산시에 따르면, 6월 기준 부산의 준공후 미분양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인 3292세대를 기록했다. 전체 미분양 세대수는 8071세대로 전월 대비 221세대 줄어든 반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 대비 347세대가 더 늘었다. 2024년 1월 1174세대 수준에서 2년여 만에 약 3배가량이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40.8%로, 40%를 넘어선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구별로는 부산진구가 919세대로 가장 많았고, 동구가 553세대, 사하구가 490세대로 뒤를 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부산 악성 미분양 수치가 최악”이라면서 “악성 미분양의 경우 시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기는 힘들고 정부에서 유일하게 펼치고 있는 정책이 LH가 매입해 주는 건데, 최근 3차 공고에서 감정가의 90%까지 올렸지만 시세에 비해 너무 낮다보니 건설사들의 반응은 별로 없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이 같은 지방 악성 미분양을 초래한 대표적 원인으로 정부 대출 규제를 꼽았다. 이 대표는 “누군가 분양을 받으려 해도 은행에서 막혀버린다”면서 “집 사는 개인들에 대한 대출을 총량제니 뭐니 해서 막아버리니 미분양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정부가 지방의 준공후 미분양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최근 부산시로도 아파트 잔금 대출 관련 민원이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