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힘으로 만들어진 BPA, 부산 위해 무엇을 했나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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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논란 속 지역 역할론 대두
수천 억 수익 부산에 도움 안 돼
법 제약 묶여 글로벌 경쟁 취약
부산항 정책·제도 개선 절실

전국 4개 항만공사(PA)에 대한 정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 부산항만공사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만공사 사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전국 4개 항만공사(PA)에 대한 정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 부산항만공사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만공사 사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PA)에 대한 정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역 사회에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 PA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각 항만공사가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개편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통합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6월 중순 4개 PA 노동조합 위원장들의 반대 시위를 시작으로 지역에서는 일방적 통합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해양 관련 시민단체, 항만 노동자 단체 등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으며, 지난 10일에는 국회에서 곽규택(국민의힘)·허종식(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도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통합에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항만공사 통합 건은 2000년 초반 PA 설립 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다”면서 “당시 정부가 이를 고민했으나 결국 통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해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를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예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많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전재수 부산시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전 시장은 11일 부산시청 백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대표 항만을 가진 부산으로선 PA 통합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부산을 비롯해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타 지역까지 아울러 업계와 PA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반대 의견이 우세해 부산시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항만공사 통합 논의 속에서 눈길을 끄는 건 각 항만공사의 지역 역할론이다. 특히 부산에서는 일방통행식 통합 추진은 안 되지만, 이참에 부산항만공사가 항만 전문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해양수도 부산’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들이 제기된다.

전국 4개 항만공사는 2004년 1월 16일 부산항만공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설립됐다. 부산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공사 명칭 때문에 부산시가 직접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매년 수천억 원의 항만운영 수익을 내지만 부산시 재정에 유입되는 돈은 전무하다.

부산시는 그저 부산항만공사 내 항만위원회 비상임위원 중 일부를 추천할 수 있으며, 항만공사의 사업계획과 투자 방향을 부산시가 주도해 결정할 수도 없다. 항만위원회는 경영목표, 예산, 사업계획, 항만시설 임대료 및 사용료 기준 설정, 정관 변경 등을 논의하는 항만공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항만공사는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항만소재지 관할 시장 또는 도지사가 3명 이내의 비상임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부산시장은 2명, 경남도지사는 1명을 추천할 수 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공동대표는 “BPA는 22년 전 부산항을 관리·운영하기 위해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지만 ‘공기업 운영에 관한 법’의 제약에 묶여 글로벌 항만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역경제 기여는 물론 운영과 인사, 경영 자율성, 국내외 투자 등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운영에 관한 법을 일부 개정해 부산항만공사의 ‘시장지향형 공기업’의 지위와 운영의 유연성, 지역경제 기여 기반 등의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8년 부지 조성 공사 착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8년간 행정력을 쏟은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 또한 랜드마크 부지 개발 표류와 2025년 롯데 드메르 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최근 북항 환승센터 사업자와의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 등 책임 회피성 법적 대응으로 일관해 불만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통합 논의와 별개로 “북항 등 부산항 운영의 지역 주체인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해양수산 기업과 단체 등의 열린 참여를 통한 새로운 부산항 정책 및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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