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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물류 실핏줄 ‘포워딩’ 기업, 줄도산 벼랑 내몰렸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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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운임 하락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수출입 화물을 책임지는 부산지역 포워딩 기업(국제물류주선업체)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운임 하락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수출입 화물을 책임지는 부산지역 포워딩 기업(국제물류주선업체)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라도든 강원도든 화주(화물의 주인)가 연락만 오면 바로 갑니다.”

부산에서 11년 동안 포워딩 기업(Forwarder·국제물류주선업체)을 운영 중인 A 씨는 지난해 매출이 3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2~3년 전 코로나19 때 워낙 호황이었던 탓도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여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크다. 포워딩 기업은 개인이나 기업의 수출입 화물을 선박·항공을 통해 목적지까지 보내는 역할을 한다. A 씨는 “한정된 물량 속 경쟁이 치열해지니, 규모가 좀 있는 업체는 덤핑을 치고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지역 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영업을 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규모 업체 줄도산 위기

국내 해상 물류의 ‘코어’로 불리는 포워딩 기업이 부산에서 잇따라 폐업한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기업들이 운임 하락, 지역 산업단지 침체 등 대외 악재를 버티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7%가 바다로 옮겨지기 때문에 대부분 포워딩 기업이 해상 물류를 맡는다. 글로벌 항만인 부산의 포워딩 기업은 4월 기준 870개로 서울(265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포워딩 기업 60곳에 대한 폐업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 도시철도과 관계자는 “사실상 폐업했는데도 별도 신고를 하지 않아 전산에 반영되지 않은 업체들”이라면서 “등록 취소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폐업 신고를 한 업체도 느는 추세다. 2022년 9건에서 지난해 20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4월 기준 이미 7건을 기록 중이다. 겉으로 보면 부산 지역 포워딩 기업은 지난해 862개에서 올해 870개로 다소 늘었지만, 폐업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을 빼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자 물류 등 ‘사중고’

포워딩 기업은 과다 경쟁 속 수익과 직결된 운임이 하락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도 이어진다. 포워딩 기업은 선박 운임에 일정 비율로 마진(수수료)을 매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임은 수익성과 직결된다.

운임 하락, 글로벌 수요 부진뿐 아니라 2자 물류, 인력 부족 문제도 생존 경쟁을 부추긴다.

특히 대기업들이 자회사나 계열사 형태로 포워딩 기업을 운영하는 ‘2자 물류’는 유망한 지역 포워딩 기업에게 여전히 큰 위협이다. 국내 2자 물류 회사에는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롯데로지스틱스 등이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로 인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물량에 한도를 두고 있지만, 오히려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지역 포워딩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자체 물량에 제한을 받으니, 오히려 전문 포워딩 기업이 처리하는 일반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은 자본력에 힘 입어 낮은 선박 운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물량 경쟁에서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중소 업체들의 경우 인력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포워딩 기업 특성상 영어 능력이 우수하고 무역 경험이 많은 경력직을 선호하지만, 대부분 경력직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중소 포워딩 기업 대표는 “심지어 일을 좀 배운 뒤 서울에 회사를 차리고 거래처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부산 현실 반영

포워딩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출입 물량을 가진 기업과 선사가 밀집해야 한다. 부산의 경우 대기업이 적고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국가산업단지도 수요 부족에 침체된 상태다. 나름 규모가 있는 수출입 기업도 생산 공장만 부산에 있을 뿐 마케팅, 해외 영업을 하는 부서는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 포워딩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은 수출입 기업이 몰리는 덕에 비교적 불황을 잘 견디는 모습이다. 단순히 업체 수로 시장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서울과 인천 모두 업체 수가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인천은 2년 전과 비교해 10%이상 급증(521→581개)했다. 포워딩 산업의 경우 매출은 별도 집계·발표되지 않아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부산은 지역 산단 가동률이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떨어지는 등(부산일보 4월 25일 자 1·3면 보도) 수출입 물량 공급이 적어 기반이 약한 포워딩 기업의 폐업이 잇따른다. 부산의 부실한 산업 현실이 고스란히 포워딩 기업의 줄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동명대 항만물류시스템학과 신석현 교수는 “가덕신공항 개항에 따른 ‘트라이포트 시대’를 앞두고 부산이 물류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포워딩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워딩 기업이란?

기업이나 개인을 대신해 수출입 화물을 발송하는 역할을 한다. 운송 수단을 별도 소유하지 않아 운수 회사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화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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