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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웅 시인, ‘꿈의 방정식’으로 미래를 그리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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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웅 시인이 자주 산책하는 해운대 해수욕장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휘웅 시인이 자주 산책하는 해운대 해수욕장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최휘웅(80) 시인이 8번째 시집 <꿈의 방정식>(작가마을)을 출간했다. 2019년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출간 이후 5년만이다. 최 시인의 시집을 받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인데 첫째는 ‘놀랍다’이고 두 번째는 ‘당신은 참 젊다’이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는 표제작인 ‘꿈의 방정식’만 읽어도 이해가 된다. ‘가상현실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 와요. 영혼이 없는 인간이 영혼을 저장한 AI의 품에 안겨요. 기둥이 사라진 밤을 AI가 지켜요. 감정 없이 뱉은 AI의 언어가 더 감정을 자극해요. 전쟁은 이제 AI끼리의 두뇌 싸움이 될 거예요. 언제부턴가 인간을 위한 꿈들은 AI를 위한 꿈으로 자리를 옮겨 가겠지요.’

이 시에는 AI로 시작해서 드론, 가상화폐, 파생상품, 튜링머신, 가상현실, 로봇 람다와 루다가 등장한다. 오늘날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과 거의 대등한 가치로 되어 있다면, 미래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상현실이 현실을 지배하게 될 거라는 서사가 담겼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심지어 SF 영화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 팔순의 시인이 과학을 문학의 세계로 승화시킨 부분에 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1~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양념처럼 골고루 뿌려져 있다. 1부 ‘어긋난 드라이브’에 나온 한 대목은 매우 시사적이다. ‘상황은 변한다.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말이 된다. 그렇게 변한다. 기억은 불확실성의 가역반응을 일으키고,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사물들도 사라진다.’ 사과만 했으면 벌써 끝이 났을 ‘바이든이 날리면’ 사건이 문학 작품으로까지 박제되고 말았다. 최 시인은 이 대목에 대해 “우리 삶은 시사성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나는 이걸 가지고 모순과 역설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부각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이 했던 말을 가지고 왔다”라고 말했다.

2부 ‘시간의 공전’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늙으니까/편견에 사로잡혀 머리가 센 친구들이 있다//늦게 배운 폰, 유튜브를 드나들며/열심히 퍼 나르는 일에 몰두한다/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좌우 어느 한쪽 주장만 고집한다.’ 이 시의 끝은 ‘잇몸이 웃는다/이빨은 이미 승천했다//무픞관절의 신음소리가 간절하게 들려온다’이다. 최 시인은 또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나는 젊은 시인들을 더 좋아한다. 거기에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시의 생명은 새로움이다”라고 강조했다. ‘꿈의 방정식’ 같은 시가 나온 배경이 이해가 간다.

3부에서는 코로나에 걸려 음압병동에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코로나’가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우리 지구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4부는 짧은 형식의 단시를 모았는데 ‘아내의 폐경’이나 ‘매춘’ 같은 시에는 시인 특유의 직관력이 촌철살인 방식으로 들어 있다. 최 시인은 시집 맨 마지막 시론에서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인(囚人)이다. 언어의 수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존재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는 시의 언어를 획득할 수 있을까 고심해 온 과정이 나의 시 쓰기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꿈의 방정식> 표지. <꿈의 방정식>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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