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2007)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멋지게 생긴 거대 외계 로봇이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게 변신하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현란한 연출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글로벌 히트를 친 트랜스포머 실사영화는 이후 여러 후속작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주인공 ‘옵티머스 프라임’의 과거를 다루는 프리퀄 작품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바로 3D 애니메이션으로 말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어린이용’으로 치부하면 곤란합니다. 실사영화를 연출했던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았고, 총괄 제작자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릿 조핸슨 등 익숙한 스타 배우들도 더빙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극장을 찾았다가 영화에 푹 빠졌다는 아빠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도 추억을 되살릴 겸 ‘트랜스포머 ONE’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감상해봤습니다.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는 1984년 첫 방영된 애니메이션 작품이 시초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실사영화 시리즈는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차이가 꽤 납니다. 25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ONE’은 엄밀히 따지면 이 실사영화 시리즈가 아니라 기존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리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전 시리즈에선 등장하지 않은 옵티머스 프라임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전쟁 이전의 사이버트론 행성에선 절친한 사이였던 옵티머스 프라임과 디셉티콘이 숙적이 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원래 이름은 ‘오라이온 팩스’(크리스 헴스워스 목소리 연기)였습니다. 광부 로봇인 오라이온은 변신에 필요한 ‘코그’가 없어 트랜스포머에 비하면 능력도 외형도 비교적 초라합니다. ‘2등 시민’인 광부 로봇들은 동력원인 ‘에너존’을 채굴하는 광부로 일해야 합니다.
오라이온에겐 절친한 광부 로봇 ‘D-16’(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이 있는데, 둘의 성격은 정반대입니다. 오라이온은 모험심이 강하고 충동적입니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의 이미지와 딱 맞습니다. 반면 D-16은 규칙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합니다. 평소엔 사이가 좋은 둘이지만, 오라이온이 일탈을 벌일 때마다 마찰이 빚어지곤 합니다.
결국 오라이온의 돌발 행동으로 두 로봇은 지하 깊은 곳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이들은 여기서 또 다른 광부 로봇 B-127(마이클 키건)을 만났다가 쇠락해가는 행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됩니다. 문제는 이 비밀을 파헤치려면 위험천만한 지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어쩌다 합류하게 된 광부 로봇 엘리타 원(스칼릿 조핸슨)까지 포함한 4인조는 모험 도중 행성을 뒤흔들 흑막을 알게 됩니다.
‘토이 스토리4’(2019)의 조시 쿨리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로 지루할 틈 없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핵심 관람 포인트인 오라이온과 D-16의 성장 서사는 극적이면서도 개연성을 갖춰 자연스레 몰입하게 됩니다.
책임감은 강하지만 천방지축 말썽쟁이였던 오라이온이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는 용맹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과 ‘범생이’에 가까운 D-16이 악랄한 메가트론으로 ‘흑화’하는 모습의 대비가 둘의 브로맨스와 맞물려 기존 시리즈에선 느낄 수 없던 재미를 안깁니다. 성실한 광부가 파괴자가 되고, 둘도 없던 친구가 원수가 되는 과정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한 실관람객의 평가에 공감이 갑니다.
영화 공식 시놉시스에서 설명한 것처럼, 지상에 올라온 4인조는 잠들어 있던 알파 트라이온(로렌스 피시번)을 만나 각자에게 잠재되어 있던 변신 능력을 얻게 됩니다. 볼품없는 광부 로봇이었던 이들이 트랜스포머가 된 이후로는 본격적인 액션신들이 쏟아집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역동성과 속도감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은 실사영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칩니다. 능력과 리더십을 제대로 장착한 오라이온이 리더로서 활약하는 장면에서 소위 ‘가슴이 웅장해지는’ 감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 덕에 뒷맛이 개운합니다. 세밀한 3D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영상미는 덤입니다.
관람객들도 호평 일색입니다. “드디어 트랜스포머 영화에 서사가 생겼다”, “시리즈 중 가장 짜임새가 좋다” 등 스토리에 대한 칭찬이 눈에 띕니다. 또 영상미와 액션에 대한 평가도 좋습니다. 다만, 전체관람가 작품인 만큼 스토리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고 단순해 중반부까지는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평가도 일부 있습니다.
참, 쿠키영상은 2개입니다. 엔딩 크레디트 전후로 1개씩입니다.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끝까지 감상해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