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송정편에서는 신나는 축하 행사에 더해 특별한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1시 무대에 오른 가수 윤정 씨는 ‘아침의 나라에서’, ‘고래사냥’ 등 명곡들을 라이브로 소화하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허리를 흔들면서 일대에 춤판이 벌어졌다.
‘서핑 메카’ 송정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해상에선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해변에선 참가자들이 맨발로 걷는 이색적인 그림이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잠시 멈춰 서서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색 참가자도 많았다. 4년여 전 낙상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 김영은(61) 씨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참가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였다. 경기도 주민인 김 씨는 하반신 마비로 혼자 걷지 못하게 됐지만 재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여름 해운대 바다에서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맨발걷기를 체험하고는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은 해봐야겠다’ 마음 먹고 아예 부산에서 1년간 살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9월 1일부터 이날까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송정 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병원 재활 치료보다 맨발걷기가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다”며 “원래 추위를 많이 타는데 체온도 조금 올랐다. 예전보다 보일러 온도를 2도 낮추고 지낸다”고 설명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김해지회(회장 박은영) 회원 20여 명은 오전 일찍 현장에 집결,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단합을 다졌다. 이들은 특히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 찍기 등 조별 게임을 펼치며 어싱 챌린지 참가자는 물론, 주말 해변을 즐기던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백사장 옆 공영 주차장에는 이들이 타고 온 노란색 25인승 통학버스가 오후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많았다. 기장군 정관에 사는 송민호(41), 정명하(41) 씨 부부는 둘째 아이인 생후 34개월 송하연 양과 함께 참가했다. 송 씨 부부는 “원래 맨발걷기를 즐겼는데 둘째를 낳은 뒤에는 시간이 나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맨발로 걸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연 양은 모래 장난을 치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송정 편에서는 젊은 참가자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맨발걷기 인구가 증가하면서 ‘맨발걷기는 노인 운동’이라는 일각의 인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했다.
임신 9개월 차 김윤희(34) 씨는 임산부 배지를 단 복장으로 남편 정대근(35) 씨의 손을 잡고 송정 바다를 맨발로 걸었다. 김 씨는 “결혼 3년 차에 첫 아이를 가지게 됐다”며 “운동 삼아 참가했는데 바다를 보면서 함께 걸으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맨발걷기를 ‘건강 태교’로 삼은 김 씨 부부는 곧 태어날 아이 손을 잡고 바닷가를 누비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연인이 된 지 두 달째 접어들었다는 이동진(35)·여수정(32) 씨 커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송정 해변을 걸었다. 평소 해운대 동백섬과 장산에서 걷기를 즐긴다는 여 씨는 “부산일보 뉴스를 통해 행사를 알게 돼 남자친구와 동행하게 됐다”며 “송정에서 갈매기와 서핑족을 보며 색다른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부산동부)에서 건강 체험터를 마련해 긴 줄이 이어지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날 체험터에서는 참가자 70여 명이 체성분과 스트레스 측정 서비스를 받았다.
부산시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 ‘워킹데이’ 홍보 부스를 차리고 참가자들에게 부산시 걷기 지도와 홍보 손수건을 배포했다. 부산시는 매달 11일을 ‘워킹데이’로 지정하고 대중교통과 계단 이용, 가족과 함께 걷기 등 ‘3·3·3 걷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