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사진. 여천NCC 제공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인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공동 주주사인 한화와 DL그룹은 사태 책임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 정상화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DL케미칼은 여천NCC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과 관련해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는 석유화학 불황에 따른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3100억 원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워크아웃 불가피론’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등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DL그룹이 자금 지원을 결의하면서 여천NCC는 당장의 위기는 넘겼다. 앞서 여천NCC의 나머지 50% 지분을 소유한 공동 주주사 한화솔루션은 이미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발 빠르게 1500억 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승인하고 DL그룹 측의 공동 수혈을 촉구해왔다.
다만 이번 조치가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여천NCC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2024년 23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8일부터는 여수 3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DL과 한화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문제다. DL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여천NCC의 부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해결 방안 마련이 가장 급한 문제”라며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화 측을 비판했다
한화는 “DL케미칼에 대한 증자 공시가 있었지만, DL이 YNCC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한화는 자금 지원 의사가 확고하며 DL도 신속하게 한화와 협의해 공동으로 YNCC에 자금 지원해 조속한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여천NCC에서 나온 에틸렌 등을 공급받아 사업을 해 온 DL과 한화 측의 입장 차도 선명하다. 두 회사는 여천NCC가 문을 연 1999년 체결해 작년 12월 끝난 공급 계약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DL은 “DL은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가로 에틸렌을 거래하며 여천NCC의 자생력을 키우고자 했지만,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에 판매하는 에틸렌, C4RF1 등의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을 1006억 원 부과받았다”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시가 계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DL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