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30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22년 만의 역대급 더위가 부산을 덮치면서 어지럼증과 탈진을 호소하는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0일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부산의 낮 최고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아 29일 38.8도를 경신하며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오전 11시부터는 부산 서부·중부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지난달 도입된 폭염중대경보는 폭염특보 체계 중 최고 단계로로, 부산에서 발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도 잇따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부산에서 온열질환 증상을 보여 119구급대가 출동한 사례는 모두 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4명은 70대 이상 고령자였다.
가장 위중했던 사례는 동래구에서 발생했다. 29일 오후 7시 47분 혼자 사는 80대 여성이 집 안에서 열사병 증상을 보인다는 이웃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집 안의 에어컨과 선풍기가 모두 고장 난 상태였다. 여성은 체온이 39.7도까지 오르고 산소포화도도 86%로 떨어졌다. 오후 5시 3분 기장군의 한 도로에서는 7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구급대 도착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주변에 구토 흔적이 있었고, 체온은 39.2도로 측정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마솥 더위는 해변을 찾는 방문객들의 걸음도 뒤로 돌리고 있다. 폭염으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부산 지역 해수욕장에는 예년과 달리 한낮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인천에서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30대 진 모 씨는 “날씨 예보를 보고 각오하고 나왔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덥다”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와 안내방송이 계속 나오다 보니 낮에는 해변을 잠시 즐긴 뒤 카페 등 실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해변이 생각보다 한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야외 레저시설도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 지역 골프장에서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경기를 중도 포기하거나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30일 오전 8시 30분 부산의 한 골프장을 찾은 60대 남성 구 모 씨는 어지럼증을 느껴 경기를 중단했다. 구 씨는 “반바지 차림에 양산을 쓰고 얼음주머니까지 준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30여 년간 골프를 치면서 더위로 경기를 중도 포기한 건 난생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이용객 중 하루에 세 번 꼴로 어지럼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