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반도체 팹 5기 추가”… 이러니 ‘부산 홀대론’ 나올 밖에
정부, 당초 호남권 895조 계획
지원 크게 늘려 총 9기 검토
부산 ‘전력반도체 특구’ 모호
과감한 재정 투자 뒤따라야
지난 2월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준공식 현장. 부산시 제공
부산 강서구에 2028년 완공 예정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보조기기 제작지원센터 조감도. 부산시 제공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권역별 첨단산업 비전 발표 이후 광주전남에서는 수백조 원대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몸집을 추가로 불리며 속도전에 들어섰다.
반면 부산에는 신규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데다 그나마 미래 먹거리로 언급한 전력반도체와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부에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과 과감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1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등에 따르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계획에 대해 “현재 반도체 팹이 4기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9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의 반도체 산단을 기존 팹 4기에서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에서 더욱 확대된 내용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SK그룹은 광주 군공항 부지에 각 2기씩 반도체 팹을 구축하는 등 각각 470 원, 425조 원을 호남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의 반도체 팹이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산에서는 첨단산업 육성에서 더욱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3일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도 부산은 삼성전기 15조 원 투자와 함께 전력반도체 특구 정도만 언급돼 신규 투자가 없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정부는 부산에 전력반도체 제2공공팹을 구축하고, 전력반도체지원단을 발족한다고 밝혔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산은 전력반도체 특구로 확실히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모두 기존에 추진되던 내용인 데다 이후 뚜렷한 특구 육성 로드맵이나 추가 재정 지원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부산 기장군의 동남권방사선의·과학단지는 2023년 산업통상부 전력반도체 소부장특화단지로 지정됐고, 6인치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공공팹을 구축한 데 이어 2024년부터 8인치 공정 라인을 구축하는 제2공공팹 조성에 착수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를 할 만한 앵커기업이 부족한 데다 아직 시제품 수준에 머물러 있어 매출로 이어지는 양산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해 입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8인치 화합물 반도체 전 공정 장비 구축을 본격화해 현재 하루 수백장 생산 수준의 설비를 하루 3만 장 정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양산팹을 구축하려면 민간에서는 수천억, 공공에서는 조 단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력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인 반도체의 한 부분으로 보고 부산을 명실상부한 전력반도체 특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함께 과감한 재정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전력반도체 팹의 운영과 기술개발 등을 총괄하기 위해 부산시가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한국전력반도체기술원 설립에도 정부와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의 전력반도체는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라 조선, 해양 항만물류, 에너지산업 등 동남권 주력산업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SMR 산업 또한 부산 기장군에 예정된 SMR 초도기 건설을 지역 산업과 연계하기 위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부산의 한 원전 기자재 기업 관계자는 "부산에 국내 처음으로 추진되는 SMR은 부산의 부품 기업들이 보다 많은 참여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세계 SMR 공급망에도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역의 SMR 생태계 구축을 위한 치밀한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