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의 기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차철욱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변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변두리에는 항상 혐오시설이 위치하는 법이다. 차 교수는 “갯가 동래는 숙종 대 이후로 문과 합격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한 쌍놈의 고을이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일찍부터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멀리하기 위해 동래에 왜관을 설치하고 일본인의 한양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근대에 들어와서 조선 정부가 한양에서 가장 먼 부산을 첫 번째 개항장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은 왜관에 이어 개항장에서 보고, 듣고, 일하며 전통사회와 다른 근대적인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것이 오늘날 부산 사람의 기질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의 가수라면 나훈아부터 시작해 BTS의 정국과 지민까지 수없이 많다. ‘부산에는 애국가가 2개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봤는지 모르겠다.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부산갈매기’가 애국가나 다름없다. 부산 사람들은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부산갈매기까지도 흥겹게 노래한다. 심상교 부산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남다른 ‘부산의 흥’ 기원을 찾아 동래야류와 수영야류의 말뚝이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그랬는지 ‘돌아와요 부산항’이나 ‘도라지 위스키 한 잔’도 그다지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 부산>은 상지건축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격주로 진행된 인문학 강연 결과를 담았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부산항, 피란수도, 부산 건축, 로컬 브랜딩, 지역 관광, 첨단산업까지 부산이라는 도시를 입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짚었다.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섰다는 최근 발표로 부산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부산이 어떤 도시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허동윤 외 12명 지음/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기획/호밀밭/336쪽/1만 7800원.
<오! 부산>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