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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가 사랑한 베라 몰나 작품들, 아시아 첫 나들이가 부산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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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몰나 ‘Orders’. 1970년대 컴퓨터 코딩을 활용한 작품이다.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Orders’. 1970년대 컴퓨터 코딩을 활용한 작품이다. 어컴퍼니 제공

올해 하계 올림픽을 연 프랑스는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하다. 올림픽 개막식 역시 프랑스의 예술 수준을 제대로 자랑하는 종합 공연 같았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작가이자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베라 몰나의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 왔다. 부산 어컴퍼니 갤러리가 4년여 공을 들여 결국 아시아 최초로 베라 몰나의 시대별 대표 작품들을 부산에 모두 가져왔다.

“지난해 99세의 나이로 타계한 베라 몰나는 엄청난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대표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를 비롯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과 내셔널 갤러리 등 전 세계 최고 미술관에서 여러 번 전시됐고, 그 미술관들이 모두 작품들을 직접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프랑스 대표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에서 큰 규모로 회고전 성격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

베라 몰나 부산 전시를 소개하는 어컴퍼니 장지영 대표의 얼굴에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이 전시를 유치하기 위해 1년에만 몇 번씩, 꼬박 4년 가까이 프랑스를 다녀왔다. 작가는 물론이고 그의 전속 갤러리를 설득하기 위해 프랑스 체류할 때 말고도 한국에서도 수시로 연락하며 지냈다. 어컴퍼니가 예술에 진심이라는 점과 베라 몰나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마침내 올해 100세를 맞는 작가를 기념하며 아시아 최초로 2024년에 전시를 하자고 결정되었지만, 전시를 준비하던 중 작가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장 대표는 다시 마음이 졸여야 했다. 작가의 작품 정리, 퐁피두 전시에 밀려 혹시나 멀리 있는 부산 갤러리까지 책임지겠나 싶었다. 전시가 어그러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작가 측은 작가가 생전에 어컴퍼니와 한 약속을 지켰고 마침내 베라 몰나의 작품을 부산에서 보여주게 되니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도, 갤러리 측에도, 심지어 이 좋은 작품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부산에서 보게 된 관객까지 모두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베라 몰나 ‘Hypertransformation’. 컴퓨터가 대중화 되기 전인 1974년에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Hypertransformation’. 컴퓨터가 대중화 되기 전인 1974년에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Hypertransformation of 20 concentric squares’. 유화를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했다.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Hypertransformation of 20 concentric squares’. 유화를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했다.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는 컴퓨터라는 기계가 일반화되기 전인 1960년대에 이미 컴퓨터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명령어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패턴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플로터 프린터를 이용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은 획기적이며 아름다웠다. 알고리즘과 코딩을 이용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변형되는 패턴은 베라 몰나만의 유니크한 추상 작품이 되었다. 베라 몰나는 컴퓨터를 예술 도구로 사용한 프랑스 ‘최초의 예술가’가 되었다.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라고 하지만, 베라 몰나는 드로잉과 유화 물감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뛰어난 작가이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패턴 위에 붓 터치를 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1960~1980년대 베라 몰나의 작품은 마치 요즘 컴퓨터 디자인이나 시각 디자인 작품으로 보일 만큼 세련된 느낌이다.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걸 베라 몰나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베라 몰나 ‘7 syllables’.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7 syllables’.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무제’. 컴퓨터를 활용한 드로잉 작품. 어컴퍼니 제공 베라 몰나 ‘무제’. 컴퓨터를 활용한 드로잉 작품. 어컴퍼니 제공

어컴퍼니를 찾은 관객은 약속이나 한 듯 “이거 정말 70년대 작품인가요? 그 때 이런 걸 할 수 있었나요?”라는 질문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한다. 컴퓨터를 사용한 패턴을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생전에 “컴퓨터는 화가의 손에 있는 도구일 뿐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형태를 결합한다. 다양한 조합 덕분에 컴퓨터는 시각적 영역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가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조합을 찾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10일까지 열리는 베라 몰나의 1부 전시 전경. 어컴퍼니 제공 10일까지 열리는 베라 몰나의 1부 전시 전경. 어컴퍼니 제공

10일까지 열리는 베라 몰나의 1부 전시 전경. 어컴퍼니 제공 10일까지 열리는 베라 몰나의 1부 전시 전경. 어컴퍼니 제공

오래 준비한만큼 부산의 베라 몰나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다. 60여 점의 작품을 반 씩 나눠 보여주는 식이다. 파트1은 10일까지 진행되며 파트 2는 14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린다. 50년대 후반 연필 드로잉을 비롯해 70,80년대 컴퓨터를 이용한 프린터 드로잉과 페인팅, 모네 등 미술사 대가들의 작품을 오마쥬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어컴퍼니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일, 월,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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