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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끌어야 카트 끈다 [대형마트들 ‘테넌트 전쟁’]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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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메가마트 동래점에 입점한 창고형 약국. 하나로마트 부산점의 롤러스케이트장. 롯데마트 울산 진장점의 실내 테니스장. 스타필드 마켓 경산점의 북 그라운드. 이마트 문현점의 오락 시설. 각 사 제공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메가마트 동래점에 입점한 창고형 약국. 하나로마트 부산점의 롤러스케이트장. 롯데마트 울산 진장점의 실내 테니스장. 스타필드 마켓 경산점의 북 그라운드. 이마트 문현점의 오락 시설. 각 사 제공

장 보러 갔다가 아이는 놀고, 부모는 책을 읽고, 마트 내 식당에서 저녁까지 해결한다. 부산의 대형마트가 ‘장만 보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도서관, 키즈카페, 오락 시설, 대형 약국까지 들어서며 마트 안 풍경이 달라졌다.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대형마트의 존재 이유도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가격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전략만으로는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하자,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공간 경험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마트는 얼마나 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직영 줄이고 놀 공간 늘렸다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이마트 문현점은 지난해 인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확장과 원도심 재개발 흐름에 맞춰, 2003년 개점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 리뉴얼을 단행했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마트 문현점은 직영 매장 면적을 기존 8926㎡(2700평)에서 5950㎡(1800평)로 줄이는 대신, 그로서리 매장은 3636㎡(1100평) 규모를 유지했다. 그 결과 전체 직영 매장 가운데 신선·먹거리 비중이 40%에서 60%로 크게 확대됐다. 오프라인 매장이 지닌 ‘직접 보고 고르는 소비’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이다.

비워진 공간에는 테넌트(외부 브랜드 매장)가 들어섰다. 직영 매장이 빠진 3층은 오락 시설과 패션, 체험형 매장으로 채워졌고, 테넌트 면적은 기존 2678㎡(810평)에서 5289㎡(1600평)로 약 2배 확대됐다. 결과는 숫자로 바로 나타났다. 리뉴얼 이후 1년간 문현점 테넌트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채소 17% 수산 25% 등 신선식품 매출도 함께 늘었다.

경북 경산시에서는 아예 마트를 ‘머무는 공간’으로 설계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8월 리뉴얼한 스타필드 마켓 경산점이다. 영업면적 1만 8744㎡(5670평) 3개 층 규모의 이 공간은 쇼핑보다 휴식과 체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2층 전면에 조성한 677㎡(205평) 규모의 ‘북 그라운드’는 스타필드 마켓 가운데 가장 큰 ‘책 휴식’ 공간으로, 대형 서점과 카페가 연결돼 ‘책 읽는 마트’로 불린다.

여기에 지역 맛집, 대형 무인양품, 팩토리 스토어, 대형 다이소, 확장된 문화센터까지 더해졌다. 이마트 매장 면적은 30% 이상 줄이는 대신 가족 단위 고객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리뉴얼 이후 3개월간 테넌트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고, 델리(30%) 축산(11%) 등 직영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대형 약국·테니스장까지 입점

지난 12일 메가마트 동래점에는 부산 대형마트 최초로 도심형 창고형 약국 ‘동래메가약국’이 입점했다. 오픈 이후 고객 구성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과 20~30대 여성 고객 등 신규 고객 유입이 늘었다. 메가마트 동래점의 전체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약국을 찾은 고객이 장보기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연계 소비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고객 유입 증가에 맞춰 메가마트 동래점이 필수 먹거리와 인기 생필품 50여 종을 최저가 수준으로 구성한 기획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80%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키즈와 여가를 전면에 내세운다. 롯데마트 부산점 4층에는 210평 규모의 키즈카페 ‘라라키즈 어드벤처’가 운영 중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고객이 몰리는 인기 시설이다. 울산 진장점에는 180석 규모 어린이 소극장과 대형 실내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마트 고객뿐 아니라 인근 거주민까지 끌어들이는 구조다.

롯데마트 수원점은 지난해 7월 총 600평 규모의 초대형 패밀리 테마파크를 선보였다. 450평 규모의 키즈카페 ‘너티월드’와 150평 규모의 패밀리 레스토랑 ‘트라이아스’를 결합한 공간으로, 대형마트 내 최대 규모의 패밀리형 테마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체험형 테넌트 전략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수원점은 테넌트 리뉴얼 이후 한 달간(2024년 8~9월) 전체 매출이 15% 증가했고, 테넌트 매출은 45% 늘었다. 올해 6월에는 인천 롯데마트 삼산점에도 600평 규모의 실내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선보이며 ‘마트 안 놀이공간’ 모델을 다른 매장으로 넓히고 있다.

생활 밀착형 테넌트 확산 본격화

부산의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역시 변화의 흐름에 합류했다. 하나로마트 부산점은 키즈카페, 롤러스케이트장, 풋살장, 스크린 골프장 등 문화·체육 시설을 도입하며 ‘생활 밀착형 매장’을 만들어 오고 있다. 장보기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체험형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일에는 대형 다이소 매장이 새로 문을 연다. 다이소를 핵심 테넌트로 배치해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유동 인구를 동시에 노린다.

홈플러스 역시 생활·뷰티 중심의 앵커테넌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부산·울산 홈플러스 매장에는 다이소 7곳, 올리브영 4곳이 입점해 있다. 홈플러스는 2023년 마트 3사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 면적의 다이소를 테넌트로 도입한 이후 입점을 확대해 왔다.

부산 아시아드점의 경우 CGV 영화관, 대형 서점 ‘아크앤북’, 코오롱스포렉스 등 대형 테넌트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러한 대형 테넌트 도입 이후 매출과 객수가 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역할이 장 보는 공간에서 체류형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먹거리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리고, 비식품은 줄이는 대신 체험·여가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부산 대형마트들도 원도심 재개발과 주거 환경 변화에 맞춰 테넌트 구성과 공간 활용을 재편하며, 새로운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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