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판단 아래 이를 통해 입법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셈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도 확장을 고민하는 민주당이 금투세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7일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여야 지도부 간 토론에 응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연임이 확정적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나오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과 공개 토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국내 주가 폭락과 관련해 “금투세 강행은 우리 스스로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한 큰 위기)을 만드는 것”이라며 여야 토론회를 제안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공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의 전향적인 논의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국민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엇갈린 시각 속에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폐지에 가장 강경한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주식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경제가 살아나느냐”면서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전날 진행된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 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많은 분이 저항하고 있다”며 “조세 저항을 공연히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시행을 거듭 연기하거나 과세 범위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현행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데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오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여야 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이 넘는 금융투자소득(국내 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