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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나무로 태어난 동동숲에 가보셨나요?”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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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익천 동화작가가 경남 고성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거닐고 있다. 부산일보DB 배익천 동화작가가 경남 고성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거닐고 있다. 부산일보DB

여러 나무들이 사이 좋게 우거진 숲에서 귀한 동화 한 편이 탄생했다.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이한 배익천(74) 동화작가가 9년 만에 펴낸 동화집 <숲이 된 물고기>(햇살어린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동시동화나무의 숲’ 자체가 동화의 현실판이다. 사람들은 보통 줄여서 ‘동동숲’이라고 부른다. 3만여 평의 넓은 숲에는 <열린아동문학>에 실린 주요 필자와 <열린문학상> 수상자의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숲이 된 물고기’는 이 숲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커다란 혹돔 ‘혹돌이’ 입을 통해 알려 준다. 혹돌이는 실제로 방파제횟집에서 5년이나 살며 텔레비젼과 신문에도 나왔던 물고기다. 혹돌이는 주인아저씨의 시선을 통해 안타깝게도 목숨을 빼앗긴 물고기들이 새 생명을 얻는 방법을 말한다. “나는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말했지요. 너희들은 이제 우리 숲으로 가서 한 그루 나무로 사는 거야.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 숲에는 소나무, 참나무, 편백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가 수천, 수만 그루 살고 있지요.”


희쓰 작가가 ‘숲이 된 물고기’ 그림을 그렸다. 희쓰 제공 희쓰 작가가 ‘숲이 된 물고기’ 그림을 그렸다. 희쓰 제공

배 작가와 열린아동문학 발행인 홍종관 방파제 횟집 대표가 힘을 모아 동동숲을 가꾼 사연이 한 편의 동화로 승화된 것이다. 배 작가는 혹돌이 이야기를 앞으로 동동숲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숲에 사는 풀과 나무와 새, 그리고 짐승들에게 들려주겠다고 했다. ‘털머위꽃’은 동동숲에 사는 할아버지가 털머위를 즐겨 먹는 고라니와 처음엔 싸우다 나중엔 이들이 실컷 먹도록 심고 가꾸는 내용이다. 할아버지가 눈을 감자 수많은 고라니가 털머위 꽃대를 물고 상가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잡아먹힌 아이’, ‘털머위꽃’, ‘나무 아들’, ‘숲이 된 물고기’, ‘감태나무 선생님’, ‘할아버지의 나무’, ‘무넘이 엄마’ 등 7편의 동화 대부분이 동동숲 이야기거나 숲에 살면서 쓴 작품들이다.

배 작가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 많은 상을 탔다. 하지만 동화 쓰기가 자신 없어 9년 만에 동화집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숲 가꾸는 일이 더 좋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심은 동백나무 붉은 꽃잎을 밟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화로 돌아온 이유가 있었다. 배 작가는 “아동문학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아이들하고만 살려고 하는 동화를 데리고 나올 것이다. 아이들만 읽는 동화가 아니라 젊은 사람, 아버지·어머니, 할아버지·할머니도 읽는 동화를 쓰겠다”라고 말했다. <숲이 된 물고기>는 그 신호탄으로 읽힌다.


<숲이 된 물고기> 표지. <숲이 된 물고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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