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대규모 항만 재개발의 화룡점정이 될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이 닻을 올렸다. 부산시는 지난 6월 3단계의 청사진을 제시할 마스터플랜 용역에 돌입했다. 3단계는 부산항 양쪽에 뻗어 있는 영도구와 남구 우암·감만 일대 515만㎡ 부지로, 1·2단계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북항 재개발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일으키고, 부산의 새 먹거리 산업을 키울 최적의 후방 기지로 꼽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침체해 있는 1·2단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속도보다는 세밀한 ‘전략화’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산업화’ 전략 세워야
북항 재개발 3단계는 아직 ‘구상 단계’다. 시는 마이스, 신해양산업, 첨단 복합도시 등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만 제시할 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에 각 지역의 인프라, 특화 산업과 연계해 3단계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도의 경우 아르떼뮤지엄을 비롯한 전시, 커피산업 등이 번성하고 있고 국내 유수의 해양기관이 밀집했다. 노후 공업지역을 재생하는 ‘영블루벨트’ 사업도 진행되는 등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3단계 사업은 기존 특화 콘텐츠를 산업화로 이끌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가령 영도를 단순히 유명 카페가 즐비한 곳이 아닌, 커피산업에 필요한 무역·로스팅 집적 단지로 구축하는 식이다.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오광석 교수는 “기존 형태는 결국 상인 간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고, 핫플레이스가 되더라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겨 기존 카페가 버티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면서 “산업화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관광, 문화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영도는 기존 노후화한 수리 조선업의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마리나, 해양레포츠 산업도 키울 수 있다. 3단계 부지에 해양레저 기능을 담을 경우 보트나 요트 등 관련 선박의 개조·수리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인력 재교육, 장비 최신화에 나선다면 쇠퇴하는 수리 조선업의 명맥도 유지할 수 있다.
반대쪽 우암·감만·신선대부두 부지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접목한 테마 공원 등의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부지가 철도와 도로로 막혀 있는 데다, 배후 부지가 대부분 아파트로 활용돼 주민 이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동천 하류와 연결되는 해상 공원, 체험 공간, e스포츠 경기장 등의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 영도에 비해 육지 공간이 넓고 정박지로 쓰기에 적합한 해안선을 가져 물류, 유통, 해양레저 중심지로도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경쟁력 키울 묘책 고민해야
북항 재개발 3단계는 2035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후보지로도 언급된다. 시는 3단계에 대해 2년간 기본계획 구상 용역을 진행한 뒤 해양수산부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2040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 부지는 2035월드엑스포 개최지로 활용될 수 있다. 엑스포 후보지로 선정되면 3단계 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2단계 사업이 사실상 ‘엑스포 만능주의’에 기댄 탓에 삐걱대고 있는 만큼 3단계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도-우암 간 해저터널, 도심항공교통(UAM), 수상택시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하고, 지역 정치권과의 협력으로 행정·세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포와 같은 외부 호재는 ‘촉진제’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2단계의 경우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무산되면서 공동 사업 시행자였던 토지주택공사, 코레일 등이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다. 수익성에 대한 검토도 다시 이뤄지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민간 주도형 사업도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3단계는 1·2단계를 비롯한 기존 재개발 사업의 개발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은 경제·정치 상황에 민감한 탓에 리스크가 커, 민간 주도형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한영숙 대표는 “볼티모어도 지역 상공인이 의기투합해 땅을 사고,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재개발지에 넣었다”면서 “실제 북항 일대 사업주들을 만나보면 부지를 그냥 팔려고 하기보다, 가치 있는 지역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관이 주도하더라도 민간과 사업 초기부터 협력해 개발하려는 산업 생태계에 대한 사전 조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관이 토지를 조성해 개발 사업자에게 분양하는 역할 분담 방식은 1·2단계에서 보듯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전처럼 땅을 조성해 놓기만 하면 잘 팔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유연한 사고 방식이 접목되도록 토지이용계획 등도 폭넓게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로컬바이로컬 홍순연 대표는 “과거 북항 1·2단계 라운드테이블 때도 문화역사지구, IT업무지구 등 특정 용도를 정해 놓다 보니 답답한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지금은 ‘제3의 공간’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서로 다른 콘텐츠가 결합하는 시대다. 하나의 공간을 다양하게 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