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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 믿다가는 사고… 운전자에 욕 먹는 것도 예사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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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문이 열리더니 욕설이 날아왔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경적을 울리며 다가온 차량을 쳐다봤을 뿐이었다. 금융기관 근무를 위해 부산에 이주한 30대 김 모 씨는 “부산은 보행자가 차량이 멈추길 기다리곤 한다”며 “정지선에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는 차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회사 동료에게 말했더니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김 씨는 “동료가 말하길 그 횡단보도에서 택시가 급정지한 걸 봤는데 길을 건너던 보행자가 사과했다더라”며 “그게 내가 욕을 먹은 이유이며 이게 부산이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했다.

#2. “부산에선 차를 뽑을 때 깜빡이 빼고 경적을 3배로 키워달라 합니다.” 고향 부산을 찾은 배우 이시언이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운전을 하며 던진 말이다. 평소 방향지시등을 잘 사용하지 않고, 경적을 상대적으로 자주 울리는 부산 운전자들 특징을 반영한 셈이다.

과장된 농담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선 “부산에선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게 규칙”이라 비꼴 만큼 무턱댄 차선 변경이 빈번하다. 위험을 알리기보다 감정 표현을 위한 경적 사용도 수시로 이뤄진다.

부산은 ‘운전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도시다. 부산 택시를 타면 기차를 놓치지 않는단 말도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달려 승객을 불안에 휩싸이게 만든다. 광안대교 등에선 무리한 끼어들기도 만연하다. 깜빡이 생략이 태반이며 꼬리물기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문화는 익숙해졌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근처에 보행자가 서 있으면 차를 멈추는 일이 익숙한 미국이나 일본 등과는 딴판이다.

부산 시민도 수긍하는 아찔한 운전에 국내외 방문객은 더욱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번 ‘페스티벌 시월’을 즐기러 부산에 온 이들도 운전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서울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부산비엔날레를 찾은 문 모(30) 씨는 “보행자 우선 도로에서 차량이 먼저 지나가 깜짝 놀랐다”며 “당황해서 쳐다보니 운전자가 적반하장으로 째려봤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부산 방문객 김 모(30) 씨는 “녹색불이 들어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우회전 차량이 밀고 들어왔다”며 “자갈치시장 주변에선 차량과 보행자가 섞여 있었는데 운전자들이 길을 건너려는 이들을 전혀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부산 운전이 험한 건 알고 있어도 보행자 배려가 너무 없다”고 했다.

부산 운전 에티켓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홍철(경남 김해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부산에서 난폭·보복 운전으로 신고된 건수는 4226건으로 4위였다. 경기(1만 2887건), 서울(5739건), 경북(4401건) 다음으로 많다. 부산 보복 운전은 2019년 414건, 2020년 414건, 2021년 463건, 2022년 476건, 2023년 58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를 표방하려면 운전 에티켓을 지키게 할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은 편도 4차로가 갑자기 2차로로 줄어드는 등 도로가 복잡해 사고 위험도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부산은 지형적 특성으로 터널과 교량이 많은데 급격한 끼어들기는 사고를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며 “면허증을 갱신할 때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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