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내주 초 독대 일정을 확정한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대통령실의 ‘김건희 여사 라인’을 쇄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는)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김 여사 측근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며 사실상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연일 김 여사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한 대표를 향해 “과거 검사 한동훈은 증거와 법리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 왔나”라며 “법무부 장관과 당대표라는 지위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있다”고 직격했다. 권 의원은 “지금 와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한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책임자”라며 “법무부 장관으로 1년 7개월 재직하며 기소조차 못 했으면서, 이제 와서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며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이번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이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경우 독대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한 친윤계의 비판과 관련, “(김 여사 문제를)물밑에서 얘기하는 게 제일 베스트지만, 여당 대표는 국민의 마음도 달래줘야 된다”면서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를 수락한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님이 한 대표의 얘기를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들어줄)마음을 먹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구체적 일정 조율을 거쳐 이르면 내주 초에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