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암을 대표하는 자궁경부암은 국가 검진과 백신 접종으로 발병률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에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식습관의 서구화와 늦은 결혼, 비만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내막암이 부인암 중에서 부동의 발병률 1위였던 자궁경부암을 결국 제쳤다. 부인암은 기본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병기에 따라서 추가적인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명의와 휴&락’ 4편에서는 부인암 치료에서 로봇수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박정우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복합교육문화공간 ‘오초량’에서 진행했다.
-자궁경부암과 난소암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자궁경부암의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이다. 병기에 따라서 성관계 후 출혈, 질 분비물, 골반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난소암은 초기에는 특이 증상이 없다. 암이 진행된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복부 팽만, 복부에서 만져지는 종괴, 체중감소 등을 호소한다. 자궁내막암의 초기 증상은 질 출혈이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인암에 잘 걸리는 여성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자궁경부암의 90% 정도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했거나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는 경우에 발생률이 증가한다.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과 연관되는 여성암으로 다낭성 난소증후군, 비만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난소암은 브라카 유전자 변이와 연관이 있는데 출산을 한 번이라도 하면 발생률이 50%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난소암 고위험군 환자에서 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에도 발생률이 50% 감소한다.”
-부인암의 기수별 치료 방법은.
“부인암은 대부분 1기 초반에는 수술적 치료만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자궁경부암은 1기 중반 이후에는 수술을 하고 항암과 방사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난소암은 1기 중반 이후 복합항암요법이 시행되며, 추가적으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자궁내막암은 1기 중반에서 2기까지는 방사선치료, 3기 이상에서는 복합항암요법을 시도한다.”
-최근 로봇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로봇수술과 복강경, 개복 수술의 장단점은.
“로봇수술의 장점은 확대된 현미경으로 넓은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술자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정밀한 수술적 처치로 인해 수술 후 회복과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난소암과 진행된 자궁경부암의 경우에는 환자의 치료 효과 향상을 위해 꼭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의 중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난소암 수술 후 호르몬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나.
“부인암을 수술하고 나면 난소 등이 손상돼 수술적 폐경 상태가 오는 경우가 많다. 자궁경부암 같은 경우에는 필요시 바로 호르몬제를 사용할 수 있다. 난소암, 자궁내막암 같은 경우에는 수술 후 2년 정도는 호르몬제 복용을 피한다. 호르몬제는 갱년기 증상의 회복, 골다공의 예방, 콜레스테롤 성분의 안정화에 기여하지만, 일부에서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를 평가해서 복용 기간을 정하게 된다. 통상 5~10년 정도 복용하는 걸 권한다.”
-수술 후 복용하는 호르몬제가 유방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나.
“호르몬제가 안면홍조,골다공증, 복부비만 등의 예방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에도 유의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발표한 대규모 연구에서 호르몬제가 유방암 발병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적절한 시작 시점과 복용 기간을 유지한다면 유방암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 인자가 있는 분은 전신적인 호르몬을 쓰기 보다는 질정과 같은 국소적인 호르몬제나 바르는 호르몬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자궁경부암으로 자궁을 적출하면 허리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많은 환자들이 수술 상담을 하시면서 자주 물어보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수술 후 허리가 아프거나 허리에 무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인 컨디션의 문제일 수는 있지만 특별히 근거가 있는 말은 아니다.”
-정기검진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자궁경부암 검사는 1~2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궁경부암 검사의 정확도가 50~60% 정도이기에 출혈 등의 증상이 있으면 자주 검사를 해야 한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부인과 초음파를 통해서 검진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것이 좋으며, 가족력이 있으면 6개월 간격으로 검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부인암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은 어떤 것이 있나.
“모든 암이 그렇지만 특히 부인암은 비만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비만으로 체지방이 증가하면 에스트로겐 과다로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의료진과 상담하지 않고 복용하는 호르몬 유사제제 역시 주의할 것을 당부드린다.”
-반대로 부인암 예방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인암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암으로 진행하기 이전 단계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최상이다. 설령 암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초기 단계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훨씬 올라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