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10일 앞두고 정부의 중재로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다. 지난 3월 협상 중단 이후 약 40여일 만에 재개로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평가된다. 협상에서는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이 최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과 오는 12일 이틀간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을 재개한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 하에 다시 실시하는 조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섭을 진행한다.
사후조정을 통해 조정안이 도출되면 단체협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3월 진행된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조정 중지가 결정됐으나, 고용노동부 설득에 사후조정 절차로 다시 대화에 나서게 됐다.
노측에서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 김재원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결과는 여전히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핵심 쟁점은 비(非)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 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6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달라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메모리 외 사업부에 대해서는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특별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노노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요구에만 집중하며 비(非)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에서 공식 이탈했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초기업노조에 날을 세우고 있다. 초기업노조와 달리 전삼노와 동행노조는 사측과 협상에서 전 직원을 아우르는 공통 재원을 확보해 모든 조합원이 균등하게 성과급을 나누자는 입장이다.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적정선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실리론’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간 강경투쟁만을 고집했던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내에서도 파업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과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반감을 갖고 전삼노가 초기업 노조를 대신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해서 적정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호소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도 이번 사후조정이 사실상 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타결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무리한 명분론만 앞세워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여론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후조정이 결렬될 경우 삼성전자 창사 2번째 파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 2024년에도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파업을 주도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 수가 3만 2000여명에 파업 참여자도 전체의 15% 수준이어서 실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기업노조가 7만 3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고, 파업 참여 인원도 3만~4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파업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