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AFP연합뉴스
라파엘 베니테즈 전 리버풀 감독이 2005년 5월 25일 일어난 일명 '이스탄불의 기적'에 대해 회상했다.
2005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당대 최고의 스쿼드로 평가받는 AC밀란을 만나 전반전에만 0-3으로 리드를 허용했으나 3골을 만회하고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하면서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25일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는 이스탄불의 기적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베니테즈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상대 팀 선수들이 최상위 레벨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결승에 임했다. 시작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내 자신감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기적 같은 역전승의 배경에는 전술 변화와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나는 팀의 경쟁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운만 좋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스리백으로 전환하자 중원 장악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승부차기로 갔을 때는 행운과 그간의 노력이 들어맞았다. 우리는 밀란의 키커 5명 중 4명이 주로 어디로 슛을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니테즈 인스타그램 캡쳐
베니테즈는 승부차기 승리에 대해 "그들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수집한 결과였다"면서 "모든 페널티킥 키커들의 영상을 분석한 것이 결승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것과 우리가 기울인 모든 노력이 결승전 승리를 가져다줬고, 나는 이 경기가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승전 당시 베니테즈는 과감한 선수 기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3-3 동점 상황에서 AC밀란이 세르지뉴를 투입하자 견제를 위해 중앙 미드필더인 제라드를 우측 풀백으로 이동시키는 강수를 뒀다.
이를 두고 '리스크를 감수한 선택이었나'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베니테즈는 "아니다"며 "제라드는 많은 에너지를 가졌으면서도 공격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항상 (당시 AC밀란 감독인) 안첼로티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한다. 세르지뉴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을 좋은 교체 자원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세르지뉴를 멈춰 세우면서 공격까지 할 수 있는 제라드를 그 쪽에 배치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제라드의 우측풀백 기용에 대해) 매우 자신이 있었고, 예지 두덱 골키퍼와 골키퍼 코치인 오초토레나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승부차기 키커들까지 정해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베니테즈는 승부차기에 대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모든 준비작업들 때문에 아주 자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로피가 무겁지는 않았나'라는 물음에는 "(무게를) 인지조차 못한다. 우승을 하면, 그건 신경도 안 쓴다"면서 "트로피가 만약 100킬로그램이었다 해도 들었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때의 만족감과 행복함은…주위는 온통 붉은색이고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그건 환상적인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