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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신춘문예-시 당선 소감] "시집 속 그리운 마녀" 드디어 생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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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선자 박은우. 이재찬 기자 chan@ 시 당선자 박은우. 이재찬 기자 chan@

동화 속 마녀의 손톱은 아래로 굽어 있었다. 그녀는 그믐달과 부엉이 눈알과 어린애 심장을 파내 수프를 끓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놀다 돌아버린 사람,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아 등이 굽은 사람, 망토를 펼쳐 웃풍을 일으키다 자기 손톱에 찔려 죽는 사람이었다.

마녀를 고아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마녀는 수다쟁이였다. 예쁜 건 몸에 해롭다거나 이름을 묻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사랑하면 먹어 치우라고. 너처럼. 너처럼.

끝없이 속살거렸다.

내가 자랄수록 마녀는 멈췄다. 한해살이풀은 정말 한 해만 살고 싶은 식물인지 투명 인간도 망토를 다림질해 입고 싶어 하는지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부터 열고 싶은 마음이 문을 만드는 거라고 믿었다. 기다리면 문이 생길 거라고.

노크 소리가 들려올 동안 닥치는 대로 시집을 읽었다. 찢어진 마녀, 6기통 마녀, 결식 마녀, 연체된 마녀, 반건조 마녀···

시집 속엔 그리운 마녀가 가득했고 난 연필심이 닳도록 그녀를 옮겨 적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는 마녀일 수 있다. 그들을 파먹으며 살아내고 시를 쓴다.

그러니 그대들, 온전하시기를.

어머니의 노환이 깊다. 남은 힘을 돌아가는 일에 쓰시려나 보다. 애잔하게 바라볼 뿐이다.

사랑하는 영채. 새해에도 건강하고 아름답기를.

책장에 꽂힌 셀 수 없는 시인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나를 호명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부산일보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약력: 충남 온양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니트 디자이너. 이메일 ghkstmddur12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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