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 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부산진구 ‘준타스 풋살 아레나’에서 풋살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풋살 매칭 플랫폼인 ‘플랩풋볼’을 통해 신청한 참가자들이 모여 열린 ‘소셜매치’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너 축구 좋아하지? 그럼 뛰는 팀 있겠네? 동호회 말이야. 나도 팀이 있거든. 그런데 이게 보통 피곤한 게 아니에요~ 기껏 구장 예약해 놨더니 사람들이 안 온단 말이야. 왜? 춥다고, 덥다고, 놀러 가야 된다고. 어휴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또 어떤 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 ㅋㅋㅋ 그럼 또 돌아가면서 해야 되니까 많이 못 뛴다 이거야. 너도 그렇지? 그리고 꼭 이상한 아저씨들이 있어요. 자기도 드럽게(?) 못하면서 내가 패스미스 몇 번 하면 성질 내고 말이야. 골 때린다니까.
MBC ‘무한도전’ 영상 캡처
그래서 내가 혼자 뛰어봤어. ‘플랩풋볼’ 들어봤지? 광고 엄청 했잖아 거기. 그게 딱 생각이 나서 검색해봤거든? 이거 사이트 잘 만들어 놨더라.
일단 내가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까 경기 열리는 시간대랑 장소가 쫙 나오더라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 모아서 경기를 하는 거야. 이걸 뭐 ‘소셜매치’라고 하더라. 듣고 있어?
하여튼 사이트 들어가면 날짜별로 경기 일정들이 쭉 있는데, 지역을 ‘부산’으로 설정할 수가 있어. 나는 솔직히 주말에나 몇 경기 있을 줄 알았는데, 평일에도 제법 많더라.
그중에서도 제일 비중이 높은 게 ‘준타스 풋살 아레나’야. 부산진구에 있더라고. 보니까 다음 날 오후 2시 경기가 ‘마감임박!’이라고 돼 있는 거야. 클릭했는데 마침 딱 1자리 남았어.
회원가입도 어렵진 않더라. 요새 다 카톡 아이디로 간편가입 하잖아. 여기도 그렇게 가입하고 나면, 자기 실력이랑 플레이스타일을 설정할 수가 있어.
비용은 좀 든다. 경기 한 번에 기본적으로 1만 원인데, 시간이나 지역 따라서 1000원에서 2000원 정도 더 내야 할 수도 있어. 돈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거거든. 나 지금 거의 '거렁뱅이'인데 뛰고 싶어 눈 딱 감고 결제했지. 결제 하니까 경기 일정 알려주는 카톡이 바로 오네.
풋살 매칭 플랫폼 ‘플랩풋볼’ 웹사이트에서 지역을 ‘부산’으로 설정하면 보이는 화면. 평일인데도 신청자가 많아 다수의 경기장이 마감됐거나 마감을 앞두고 있다. 플랩풋볼 웹사이트 캡처
플랩풋볼에서 참가하고 싶은 풋살 경기를 선택하면 경기장 전경과 주소 등 안내 사항, 경기 진행 확정까지 남은 참가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기자가 방문한 ‘준타스 풋살 아레나’ 경기장을 선택했을 때 보이는 화면
플랩풋볼에서 신청한 경기의 진행이 확정됐을 때 전달되는 카카오톡 메시지. 자신이 신청한 경기 일정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원래 경기를 신청했던 사람이 많아서 바로 진행이 확정됐거든. 그런데 신청자가 부족하면 취소될 수도 있다네. 그럴 땐 경기 시작 90분 전에 카톡이나 문자로 취소됐다고 공지한다니까 출발하기 전에 폰을 단단히 잘 보라고. 비 많이 와서 경기 못할 때도 카톡 올 거야. 취소됐는데 멍청하게 혼자 가지 말란 말이야.
근데 막상 가려니까 문제가 있어요. 하나는 실력이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전형적인 '세모발'이야. 모르는 사람들하고 뛰는데 내가 민폐 캐릭터면 어떡하냐고.
내 성격도 문제에요. 난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게 싫거든~ 근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단체 운동을 해야 되는 거야. 아유…하기 싫어…근데 뭐 어떡해. 우리 부장한테 기사 쓸 아이템이라고 보고해버렸는데.
그래도 막상 가보니까 재밌더라. 경기가 2시 시작이라 넉넉 잡고 20분 정도 먼저 도착했는데, 벌써 10명 정도 있었어. 보니까 아는 사람들끼리 왔는지 자기들끼리 수다 떨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또 쭈구리처럼 구석에 앉아서 풋살화 꺼내 신고 괜히 폰을 만지작거렸지. 둘러보니까 다행히 나처럼 혼자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더라.
준타스 풋살 아레나 경기장 맞은 편에 마련된 대기 공간 중 일부. 의자와 테이블이 많아 짐을 올려두고 쉴 수 있다. 다양한 헬스 기구도 이용할 수 있지만 풋살에만 집중하는 참가자가 대부분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긴장과 설렘을 안고 자리에 앉아 풋살화를 신었다. 기자가 착용한 모델은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14 프로 TF. 착화감이 우수하지만, 축구화를 신을 때마다 접히는 전족부 측면 하단(붉은색 동그라미 표시)이 쉽게 해지는 내구성 문제가 있다. 한 번 접질린 뒤 잊을 만하면 부상이 도지는 오른쪽 발목에는 잠스트 A1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 조금 뻣뻣하지만 경기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고, 무엇보다도 부상 방지 효과가 확실하다.
팀은 어떻게 나누느냐? 현장에서 경기 운영하는 매니저가 있어요. 이 사람이 참가자들을 모아 가지고 실력이랑 플레이스타일에 따라서 팀을 나눠줘. 지인들끼리 같이 온 사람들은 같은 팀으로 배정해. 그렇게 해서 같이 ‘레드 팀’이 된 사람들을 보니까 같은 대학교 선후배 4명이랑 나처럼 혼자 온 한 명이야. 팀 나눴으니까 이제 뛰어야 될 거 아냐? 6대 6으로 20분씩 3파전을 2시간 동안 하는 거야. 골키퍼는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하고.
이제 경기를 하는데 ㅋㅋㅋ 처음 보는 사이니까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시작했거든. 그래서 그런가 첫 경기는 잘 안 풀렸어. 다들 기본기는 있는데 골 결정력이 안 돼. 나만 세모 발이 아냐! 골대 앞에서 자꾸 놓쳐~ 우리 팀이.
나도 수비로 시작해서 공은 몇 번 뺏었는데 패스를 엄한 데다 하고 아주 엉망이었어 그냥. 그러다가 이상하게 우당탕 하다가 한 골 먹혀서 0-1로 졌어 첫 게임은. 우리한테 이긴 ‘그린 팀’은 구장에 남고, 기다리고 있던 ‘옐로 팀’한테 자리 내주고 나왔어.
20분 동안 쉬고 다음 경기를 했는데, 우리 팀에 ‘골무원’이 있었어. 나처럼 혼자 온 그 사람 말이야. 첫 경기에는 수비랑 골키퍼를 해서 몰랐는데, 공격으로 올라가니까 알아서 다 넣더라고~!!ㅋㅋ 패스 찔러줬다 하면 골 넣으니까 쉽게 이겼지. 완전 흐름 타서 그대로 2연승 하고 경기장 나오는데 기분 좋더라.
그런데 궁금하지 않아? 평일 낮에도 이렇게 열심히 풋살을 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 물어보니까 같은 대학 선후배 4명은 전부 20대였어. 제일 나이 많은 선배도 나보단 어리더라고. 골무원 친구도 20대 대학생이고. 골무원이 그러는데 그 친구 팀도 주말에만 경기를 한대. 그런데 이런 매칭 플랫폼을 통하면 평일 낮이든 저녁이든 원하는 때에 풋살을 할 수 있으니까 너무 편하지.
경기에서 연승을 거뒀지만 상대 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옐로 팀 공격수(왼쪽)가 반대편 골대를 보고 때린 낮고 빠른 슛이 그대로 네트를 가르는 장면. 슈팅을 예측한 기자가 문전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아 그리고 실력 떨어지는 건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나 완전 패스 사망꾼이었는데 실수할 때마다 팀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파이팅’ 해주니까 덜 민망했어. 다들 매너가 좋더라고. 그리고 포지션도 계속 바꾸니까 여러 자리에서 뛸 수 있었고. 파울하거나 부딪혀서 넘어지면 공 멈추고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것도 좋았어. 서로 초면이라 그런지 나도 동호회 경기 뛸 때보다 예의 차리게 되더라.
플랫폼도 나름 대책이 있었어. 플레이를 거칠게 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 이용 못하게 하는 거지. 참가자가 직접 다른 사람을 신고할 수도 있고. 그렇게 벌점이 쌓이는 비매너 이용자는 자동으로 걸러지는 거야.
실력 따라서 뛸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아. 내가 뛴 경기는 ‘아마추어’ 레벨이었는데, 다들 나보단 잘하더라고. 나처럼 한 명 제치는 것도 힘든 초보자면 ‘비기너’ 남자 매치 뛰는게 나을 거야. 반대로 수비 두 명쯤은 쉽게 제치는 실력자면 ‘세미프로’ 매치로 가서 제대로 붙어볼 수 있고.
요새 ‘골때녀’ 덕분에 여자들도 공을 많이 차잖아. 혼성 매치도 있고, 여성만 참가할 수 있는 매치도 있는데, 보니까 여성 전용 경기는 주로 주말에만 열리더라고. 경쟁률이 높으니까 신청하려면 서둘러야 돼.
내가 체험한 건 플랩풋볼인데, 다른 소셜 매치 플랫폼도 좀 있어. ‘뚜잇’이라고 한국풋살연맹(KFL) 공식 앱도 있고, ‘아이엠그라운드’, ‘매치업’, ‘풋볼그라운드’ 뭐 많더라. 근데 문제는 이런 건 경기가 대부분 수도권에서만 열려. 부산권에선 쓰기가 어렵다고.
우리 팀 골무원한테 추천 받은 건 ‘어반풋볼’이야. 사상, 기장, 양산 등등 부산경남에서 쓰기에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들어가보니까 인터페이스도 그렇고 예약방식이나 가격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플랩풋볼이랑 비슷한데, 경기 장소가 다 부산경남 위주야. 그러니까 플랩풋볼이랑 어반풋볼만 있으면 부산에서도 얼마든지 ‘혼풋’(혼자 풋살) 할 수 있는거지.
‘어반풋볼’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한 경기장 예약 현황. 신청 방법과 인터페이스 등 전체적으로 플랩풋볼과 유사하다. 역시 인기가 많아 평일인데도 이미 마감됐거나 마감이 임박했다
아직도 혼자 뛰는게 걱정돼? 내가 팀원들한테 물어봤는데, 평소에도 혼자 풋살하러 오는 사람이 꽤 많대. 당연하지. 애초에 그러라고 만든 플랫폼이니까.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어. 매너도 있고, ‘즐겜’(즐거운 게임) 분위기라 눈치 안 봐도 되거든. 실력도 없고 붙임성도 없는 내가 재밌게 했으니까 말 다했지.
자빠져 있으면 뭐해. 이번 주말에 ‘혼풋’ 한 번 도전해보라고. 어때? 재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