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26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5개 이상 금메달을 따내 종합 순위 15위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불굴의 투혼과 강한 의지로 목표 이상의 금메달을 수확해 온 국민들에게 ‘올림픽의 진한 감동과 환희’를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국민들과 함께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는 <부산일보>는 부산 출신 스포츠 스타와 팀 감독, 종목 단체 임원 등을 만나 올림픽과 관련된 추억담을 들어보고, 이들이 대표팀 후배들에게 전하는 생생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시리즈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한국 선수들도 쉽게 금메달을 넘볼 수 없는 종목이 있다. 바로 태권도다. 이번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금빛 발차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가 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2021년에 열린 2024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충격적인 ‘노 골드’를 기록해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 당시 대표팀의 성적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였다. 부산 동래구청 태권도 실업팀을 이끌고 있는 노현구(45) 감독 또한 지난 15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더 많은 금메달을 따내줄 것을 간절하게 바랐다. 노 감독은 2017년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베테랑 사령탑이다.
■금메달 1개 이상 목표
노 감독은 1998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5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와 이듬해 캐나다에서 개최된 제14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페더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는 덴마크 출신 로젠 제스퍼를 맞아 연속 공격을 퍼부으며 완승을 거둬 국내 스타로 등극했다. 노 감독은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도 노렸으나 국내에서 2위에 그쳐 아쉽게도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다.
노 감독은 경기도 출신이지만 2016년 동래구청에 와 부산 유일의 여성 태권도 실업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현재 팀에는 6명의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동래구청팀 선수들은 2021년 한국실업최강전 전국태권도대회에 출전해 개인전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5인조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에서 1개 이상의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남자 58kg급 박태준과 남자 80kg급 서건우, 여자 67kg 초과급 이다빈, 여자 57kg급 김유진 등 4명이 출전한다.
노 감독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 4명과 관련, “모두 기량이 출중한 정상급의 선수들인 데다 국제 대회 경험도 가지고 있다”면서 “금메달을 비롯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밝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8강까지는 무난할 것 같지만 준결승전이나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2위 선수들과 맞붙어야 한다”며 “선수들이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계태권도연맹(WTF)에 따르면 태권도 수련자는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에 이른다. 태권도가 널리 보급되면서 각국 선수들의 실력도 평준화됐다. 태권도를 더 이상 우리나라 메달의 텃밭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다. 또 한국 대표팀은 2012년 열린 런던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파리의 역사적인 건축물이자 박물관인 그랑팔레에서 열린다. 박태준이 7일 첫 주자로 나서고 8일 김유진, 9일 서건우가 출격한다. 마지막 날인 10일엔 이다빈이 금메달을 노린다.
■박태준·서건우 가능성 높아
노 감독은 박태준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울산 출신의 박태준은 현재 남자 58kg급에서 세계 랭킹 5위다. 그는 국내 선발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장진을 꺾은 차세대 태권도 유망주이기도 하다. 다만 올림픽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그의 단점으로 꼽힌다.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가 이 체급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노 감독이 박태준을 언급한 이유는 경량급에서 그나마 몸집이 한국 선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외국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박태준의 키가 180cm로 작지 않다. 반면 중량급에서는 신장 2m 이상의 선수들과도 상대할 수 있다”면서 “박태준은 2023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기에 경기를 노련하게 풀어나갈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80kg급에 출전하는 서건우를 위한 맞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올림픽 랭킹 1위인 이탈리아의 시모네 알레시오를 제압해 역시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거론된다. 다만 서건우 또한 박태준처럼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감독은 우선 팔·다리가 긴 외국인 선수들의 변칙적인 발차기와 얼굴 공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 전자호구가 도입된 뒤 세게 가격하지 않더라도 스치는 정도로 득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얼굴 공격 또한 가볍게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실점할 수 있다는 게 노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만났을 경우 재빠른 스텝으로 근접전을 벌여야 한다”면서 “가까이 붙어서 몸통을 타깃으로 한 돌려차기 기술을 활용해 점수를 뺏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을 짓누를 수 있다. 노 감독은 이에 대해 본인의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을 회상하면서 ‘즐기는 태권도’를 주문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올림픽은 모든 태권도 선수들이 설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이기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면서도 “선수들이 경기 자체를 즐긴다면 실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