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한 이후 무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 무속 관련한 소재가 잇따르는 현상도 무속은 미신이라는 오랜 편견을 벗어나,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개성있고 ‘힙’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달라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 부산을 중심으로 행해지다 점차 사라져 가던 동해안별신굿도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일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는 ‘대가(大家)의 2세들’ 다섯 번째이자 올해 마지막 행사가 동해안별신굿을 주제로 열렸다. 동해안별신굿은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동해안에서 풍어제라는 이름 등으로 행해지는 마을굿이자 사실상 마을의 축제다. 지역의 세습무(世襲巫)들이 진행하는 무속 예능 종합예술제의 성격도 가진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이들을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세습무 집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에는 동해안별신굿을 통해 무악을 예술의 반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김석출 명인(2005년 별세)이 있었다. 명인은 장구뿐만이 아니라 호적(태평소)에도 능해 호적 시나위를 짜기도 했다.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고, 일본 동경국립극장과 영국 로얄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호주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우연히 김 명인의 연주를 듣고서 감명을 받아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여정을 그린 영화 ‘땡큐, 마스터 킴’(‘왓차’에서 볼 수 있다)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2009년 더번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입상했다.
김 명인의 세 딸인 영희, 동연, 동언 씨가 모두 가업을 잇는 가운데 차녀 동연 씨가 이날 강연자로 나섰다.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로 활동 중인 동연 씨의 아들 정연락 씨도 함께 와서 관심을 모았다. 이들 모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영화 ‘파묘’ 이후 동해안별신굿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된다. 이달 초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동해안별신굿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고 한다. 부산 기장에 위치한 동해안별신굿 보존회 사무실에서 열리는 전수교육에도 전국의 국악과 졸업 석·박사 위주로 매회 30~40명씩 몰려오는 등 전수생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동해안별신굿 전수자인 김동연 씨는 “세 자매가 아버지를 모시고 굿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아버지는 세 자매가 있어서 든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는 말로 명인을 회상했다. 또 “말년에 아버지가 남은 돈으로 호적을 다 사놓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가 조금 원망했다”는 일화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김 씨는 “어려서부터 춤과 굿이 너무 좋아 이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무당 딸이라고 천대도 많이 받았지만 대를 이어받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씨는 “동해안별신굿이 5대째에 이르고 있지만 풍어제가 없어지는 동네가 많아 지금은 주로 공연으로 활동한다. 무속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예술로 보고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