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기 이후인 초가을에 많이 잡혀 ‘가을 전어’란 말도 있을 정도인 전어의 가을 어획량이 뚝 줄었다. 오히려 최근 수년간 겨울에 더 많이 잡히는 경향을 보인다. 어민들은 “기록적인 고수온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7일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총 3380t의 전어가 잡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70t에 비해 47.8%, 최근 5년 평균 6255t과 비교하면 46% 감소한 수준이다.
전어는 남해와 남서해안의 수심 50m 이내 표층·중층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연안 어종으로, 서식 적정 수온은 14~27도다. 매해 5~6월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산란한 뒤 체력 보충을 위해 먹이를 많이 섭취하면서 초가을에서 늦가을에 살이 많이 올라 가을께 가장 맛이 좋다. 비교적 넓은 범위 수온에서 서식하는 광온·광염성 개체이지만, 28도 이상의 고수온에 취약하다. 특히 산란기에는 적정 수온이 14~22.5도로 낮아져 더욱 영향을 받는다.
전어 어획량 급감은 고수온 여파로 추정된다. 올해는 2017년 특보 체계 도입 이후 역대 최장 기간 고수온 특보를 이어갔다. 국내 바다에는 지난 7월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1일간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다. 고수온 주의보·경보 발효도 매해 증가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고수온 주의보는 2회에서 11회로, 경보는 1회에서 5회로 늘었다.
이런 바닷속 환경 변화에 어기 역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10년 전에는 전어 한 해 어획량의 70% 정도가 가을에 집중됐으나 근래 겨울 어획량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 기준 어획량은 가을철(8~10월) 68.5%, 겨울철(1~3월) 13.6%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어획량은 2021년에 가을 39.6%(4453t), 겨울 53.9%(6069t) 비율을 보이다 2022년엔 가을 어획량이 33.9%(2276t)로 더 줄었다. 그해 겨울 어획량은 56.9%(3795t)였다. 지난해엔 가을에 44%(4467t), 겨울에 51.8%(5254t)가 각각 잡혔다.
어민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창원 진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어부 A(60대) 씨는 “올해는 유독 전어가 잡히지 않아 손님상에 내놓기도 벅찰 정도다”면서 “예부터 전어가 겨울에도 잡혔지만 ‘가을 전어’ 명성에 묻혔다. 가을에 물량이 부족하니 금어기를 지나자마자 여름철부터 전어를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남 사천의 한 어민은 “지금(가을)은 전어 철이 아니고, 여기는 여름부터 (어획)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과원에서는 고수온 영향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과원 관계자는 “평년보다 올해 어획량이 많이 줄었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기도 했다”면서 “통계청의 위판량을 근거한 수치라 사매매(개인 거래) 데이터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확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수온 영향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연구를 하지 않은 이상 무엇 때문이라고 콕 집어 얘기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