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29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수요가 줄어든 픽업트럭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공개후 디자인과 상품성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향후 가격 책정에 따라 시장 판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타스만을 공개했다. 이번 모터쇼에 앞서 한국에선 28일 서울 송파구 파크하비오 호텔에서 타스만을 선보였다.
기아는 타스만을 내년 상반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타스만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적지않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내 영업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29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지난 2019년 4만 2825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0년(3만 8929대), 2022년(2만 9685대)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1만 8199대로 2만 대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이 2만 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2년(1만 9786대)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도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3% 줄어든 7350대로 집계됐다.
픽업트럭 시장이 이처럼 축소된 데는 기본적으로 큰 시장이 아닌데다 신차 부재,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잇따른 출시, 낮은 연비, 긴 차체로 인한 주차 불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KGM(옛 쌍용차)의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이 주도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작년 내수시장에서 픽업트럭 점유율 82%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 인기가 높다. 하지만 올해 1~9월 렉스턴 스포츠&칸 판매량은 9897대로 전년 동기 1만 2027대 대비 17.7% 감소했다
수입 모델의 경우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이 있지만 올들어 9월까지 판매량이 500대를 넘는 모델이 없다.
타스만은 출시와 함께 렉스턴 스포츠&칸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기량·유종 등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타스만 제원을 보면 전장과 휠베이스(앞뒤바퀴 축간거리)는 5410mm와 3270mm로, 렉스턴 스포츠&칸의 5095~5405mm, 3100~3210mm보다 각각 길다.
전고도 1870~1920mm로, 렉스턴 스포츠&칸(1840~1895mm)보다 다소 길다. 전폭은 1930mm로 1950mm인 렉스턴 스포츠&칸이 20mm 높다.
성능으로 가면 두 모델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타스만은 배기량 2497cc의 가솔린 2.5 터보가 장착돼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m을 낸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칸은 배기량 2157cc의 2.2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렉스턴 스포츠&칸이 L당 10.2~10.6km이고, 타스만은 아직 인증중이다.
타스만은 공개후 반응이 좋다. 픽업트럭의 견고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수직 형상의 시그니처 램프를 좌우로 배치하고 기존 픽업트럭에서 보여주던 휀더(흙받이)의 볼륨을 없애는 등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또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이중접합유리,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동급 최초 2열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기능 등 각종 첨단 안전·편의 장치들이 장착돼 기존 픽업트럭 대비 상품성도 높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타스만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적정한 가격대 책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선 렉스턴 스포츠&칸(2879만~4500만 원)보다는 높고 2.0L급 디젤 레인저(6350만~7990만 원)와 2.7L급 가솔린 콜로라도(7279만 원)보다는 낮은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기존 외산 픽업트럭 대비 차별화된 상품성 제공과 함께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