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 동구 초량동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 사무실에서 계약직 직원을 폭행한 명목으로 한국에서 민사소송을 당한 전 총영사(부산일보 10월 30일 자 2면 보도)가 당시 직원을 폭행하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나왔다. 전 총영사 측은 법원에서 직원 폭행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해 왔다.
4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3시 17분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 복도에 아얀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가 나타난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계약직 직원 A 씨 옆에 약 18초 동안 서 있었고, 갑자기 A 씨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그는 이후 오른손으로 A 씨 왼쪽 팔을 잡은 채 어딘가로 끌고 가려 한다.
해당 CCTV 영상은 총영사관이 입주한 건물 관리실에서 지난달 21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와 A 씨 간 민사소송을 심리하는 부산지법은 올해 1월 8일 A 씨가 제기한 증거보전신청을 인용했는데, 그로부터 9개월이 더 지난 시점에 제출됐다. 당시 법원은 총영사관 내부를 일부 비추는 ‘사무실 밖 복도 4번 CCTV 영상’을 7일 내에 제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CCTV 제출이 늦어진 건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이 올해 1월 15일 건물 관리실에 보낸 공문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문에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영사관은 면책 특권이 있고, 공관 지역 비품류 및 기타 재산은 강제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CCTV 영상 확인으로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의 법원 진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A 씨로부터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당하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의견서를 지난 1월 15일 법원에 냈다. 그는 의견서에 ‘증거도 없이 폭행을 하고 옷을 찢었다는 허위 사실을 만들었다’며 ‘개인 이익을 추구하며 국가적 망신을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 측은 의견서에서 ‘범죄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심각하며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A 씨 비자를 중지하려 한다’며 ‘A 씨 한국 체류 자격을 취소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총영사관 직원 이름으로 ‘모든 것이 허위 내용임을 알려드린다’는 의견도 냈다. A 씨는 당시 업무적으로 모함을 당했고,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행으로 피소된 전 총영사는 지난 6월 한국을 떠난 상태다. 한국 외교부가 올해 5월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측에 관련 정보를 알린 뒤 본국으로 소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측은 “당시 ‘영사관원은 영사 관계 협약에 따라 직무 수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특권 면제를 누린다’는 문구 등을 카자흐스탄 대사관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