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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창작 행위이자 하나의 문학 작품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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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회관은 10명의 유명한 번역가를 초빙해 번역의 세계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사진은 현재 진행중인 ‘근대한글연구소’ 전시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은 10명의 유명한 번역가를 초빙해 번역의 세계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사진은 현재 진행중인 ‘근대한글연구소’ 전시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은 10명의 유명한 번역가를 초빙해 번역의 세계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사진은 현재 진행중인 ‘근대한글연구소’ 전시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은 10명의 유명한 번역가를 초빙해 번역의 세계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사진은 현재 진행중인 ‘근대한글연구소’ 전시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선정되자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가 국내 주요 서점 판매 1위로 등극했다. 그의 작품 판매가 서점별로 25~40배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6권이 출간돼 있다. 헝가리 작가의 작품이지만, 우리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건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의 문학적 가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순식간에 외국어를 번역할 수 있고, 휴대폰에 통번역이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 있는 세상이지만, 문학 세계에서 번역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미시 번역의 대가로 꼽히는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산문집 ‘번역가의 단어’에서 “AI는 느린 참을성과 예리한 결단이 없다. 애증같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복잡하고 오랜 고민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AI는 너무 빠르게 평면적인 결론을 낸다. 해석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번역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출판가에선 번역가의 작업을 하나의 창작 행위이자 문학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도종환 작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도종환 작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화영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화영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은 중요하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분야, 번역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0월 21일부터 12월 3일까지 챔버홀에서 10회에 걸쳐 ‘번역가의 서재’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한다. 10인의 번역 대가를 초청해 번역가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노력, 번역가의 역할과 태도, 번역 과정에서의 뒷이야기, 번역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과 인간 번역가의 협업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달한다.

첫 강의인 21일은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의 주제로 ‘접시꽃 당신’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이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문학가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22일에는 불문학자이자 고려대 명예교수인 김화영 번역가가 ‘김화영의 번역 수첩’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알베르 카뮈뿐 아니라 장 그르니에, 미셸 투르니에 등 프랑스 문학 연구와 작품 번역에 헌신해 온 한국의 대표 학자다.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이난아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이난아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욱동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욱동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23일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학과 이난아 교수가 ‘이스탄불 작가 오르한 파묵, 어떻게 읽을까?’ 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튀르키예 문학사상 최초로 2006년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과의 30여 년의 번역 인연을 소개한다. 24일에는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욱동의 '번역가의 길'에 대한 강연이 이어진다. 그는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무기여 잘 있거라> <동물농장>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앵무새 죽이기> 등 유명 작품을 번역했다.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남주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남주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최성은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최성은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31일에는 ‘문학 번역, 당신의 언어가 창 너머로 도착할 때’라는 주제로 김남주 번역가의 강연이 있다. 사춘기 무렵 책에 빠져 지내다가 카뮈와 사르트르를 심각하게 만나고서 ‘문학이라는 기이한 영토‘에 머물기로 마음먹었다고 고백한다.

11월 7일에는 한국외대 폴란드학과 교수인 최성은 번역가의 ‘문학을 옮긴다는 것-폴란드 문학 번역가의 솔직한 수다’를 주제로 한 강연이 준비돼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을 번역하며, 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확장하는지를 직접 체험한 경험담에 관해 이야기한다.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공경희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공경희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정영목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정영목 교수. 부산문화회관 제공

11월 14일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파이 이야기> 등을 번역했고,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를 발간한 공경희 번역가를 만난다. 그녀는 ‘번역, 세상을 잇는 다리’라는 주제로 40년 가까이 작업한 다양한 번역의 풍경을 소개한다.

11월 21일에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정영목의 ‘사람이 하는 번역’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번역하는 것과 번역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며 번역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박종대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박종대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난주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번역가의 서재 강사로 참여하는 김난주 번역가. 부산문화회관 제공

11월 28일은 독일어 번역가 박종대의 ‘행복이라는 말이 독일어에서 왔다고?’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말의 행복과 독일어의 행복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에서 출발해 번역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12월 3일에는 30년 넘게 일본 문학 번역을 주로 해 온 김난주 번역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중심으로 한 ‘번역의 뒤안길’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민희 부산문화회관 교육전시팀장은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로 표현된다. 시민들이 문학과 번역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시민회관에서 31일까지 진행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겸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과 수강 신청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회차별 각 2만 원. 마니아 패키지를 활용하면 50% 할인받을 수 있다. 문의 051-607-6000.

부산문화회관 아카데미 강의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 아카데미 강의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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