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4조 5000억 규모로 건립되는 ‘국가 1호 상생팹’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부산시는 SK파워텍 등 앵커기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국내 최초 8인치 전력반도체 전용 팹 구축 경험, 최근 지정된 ‘분산에너지 특구’의 혜택을 무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인치에서 12인치로
정부가 지난 12월 10일 발표한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의 핵심인 ‘국가 1호 상생팹’을 두고 지자체 간 물밑 유치전이 뜨겁다. 상생팹이란 국내 팹리스 기업을 위한 첫 파운드리 라인으로, 국내 기업들이 최소 주문 물량이나 비용 부담 기준 때문에 국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 주도 공장이다. 상생팹은 비수도권에 건립한다는 원칙이 있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부산시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인프라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관련된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8인치(200mm)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전용 팹’인 아이큐랩 공장을 착공하며 6인치 중심의 국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8인치 웨이퍼는 기존 6인치 대비 생산성이 1.8배 높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로 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1호 상생팹’은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의 40나노급 범용 공정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 축적한 8인치 공정 노하우와 인프라는 향후 12인치 상생팹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술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력반도체 특화단지가 최근 정부 평가에서 ‘전국 우수 단지’로 선정되며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능력을 공인받은 점도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SK·DB와의 탄탄한 파트너십
업계에서는 상생팹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삼성전자,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의 선택으로 본다. 1호 상생팹의 투자금이 이들 민간 기업 52%, 공공이 48%를 부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기대를 걸고 있는 점도 이 부분이다. SK키파운드리는 부산대학교 등 지역 거점 대학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 12월 초에도 부산대에서 ‘SK키파운드리 기술 세미나 및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며 지역의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직접 확보하려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또 부산 유치의 가장 강력한 명분은 이미 가시화된 기업 중심의 생태계다. 부산 기장군 장안단지에 둥지를 튼 SK그룹의 전력반도체 핵심 자회사인 SK파워텍은 본사 이전 후 양산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지역 경제의 앵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파운드리 강자인 DB하이텍 역시 부산테크노파크 등 지역 거점 기관과 차세대 전력반도체 공정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을 지속해오며 부산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팹의 핵심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유기적인 협력인 만큼,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부산의 현재는 정부가 구상하는 ‘상생’의 모델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비용과 수요 모두 유리
지난해 11월 지정된 ‘분산에너지 특구’도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리원전 등 대규모 발전시설을 끼고 있는 부산은 특구 지정을 통해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 팹에 타 지역 대비 저렴한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수 확보와 전력 공급 문제로 난항을 겪는 수도권 클러스터와는 차별화된 확실한 경제적 우위다.
여기에 울산의 완성차 산업과 경남의 조선·방산 거점을 배후에 두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상생팹에서 생산될 차량용 제어 칩 등 시스템반도체는 바로 인근 제조 현장에서 즉시 소비될 수 있다. 생산지와 수요지가 밀착된 ‘현지 완결형’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곧 있을 공모에 대비해 준비 중이다”며 “1호 상생팹이 부산에 유치될 경우 관련 기업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