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전국 병의원 종사자 중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로 1심에서 사상 처음 유죄 판결을 받았던 60대 의사 일당에게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도 해당 부분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십억 원대 보험 사기 혐의로 실형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조직적 감시나 제약은 없었다며 범죄단체 조직 혐의는 무죄를 확정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60대 의사 A 씨 일당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징역 4년, A 씨 의원에서 일한 외부이사 B 씨는 징역 1년 10개월, 해당 의원 센터장 C 씨와 직원 D 씨는 징역 1년이 최종 확정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일대에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허위 환자 572명과 공모해 보험금 약 22억 2516만 원을 보험사가 부당하게 부담하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의원에서 일한 B 씨, C 씨, D 씨 등도 해당 기간 허위 환자들과 공모해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A 씨 일당이 역할을 나눠 보험 사기에 나섰지만, 범죄단체 조직이나 관련 활동을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의원을 운영한 기간에 내원한 환자는 3500여 명인데, 공범으로 인정되는 허위 환자는 총 572명”이라며 “역할과 직책이 구분되긴 해도 B 씨, C 씨, D 씨가 조직적 감시를 받거나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로 지휘나 명령을 하거나 특별한 복종 체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고, 가입과 탈퇴뿐 아니라 업무 과정에서 특별한 제약이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보험사기 범죄를 위해 의원을 새로 만들었거나 범죄가 주된 목적인 집단이라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인 A 씨는 40대 여성인 외부이사 B 씨 제안으로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데려온 허위 환자들에게 피부미용 시술, 모발 이식, 성형수술을 해준 뒤 실비 보험이 적용되는 무좀 치료나 도수치료와 관련한 허위 서류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허위 환자가 끊이질 않자 30대 여성 C 씨에게 센터장을 맡기는 등 추가 고용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보험 사기를 저지른 국내 병원과 의원 종사자에게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을 맡은 부산지법도 조직적으로 의원을 설립해 범행을 저지른 범죄단체라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의사 A 씨에게 징역 5년, 외부이사 B 씨에게 징역 3년, 센터장 C 씨와 직원 D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부산지법 재판부는 허위 환자 비율이 16%에 그치고, 조직적 감시와 제약이 없는 운영 방식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로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도 이러한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