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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이미 벌어졌다" '자살관리사'가 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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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건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는 소설가 배길남과 그의 첫 소설집 '자살관리사'. 부산일보 DB

소설가 배길남이 첫 소설집을 냈다. 1974년생인 이 청년 작가가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발을 내딛는 데뷔작이다. 그에 얽힌 사연이야 구구절절할 테지만, 배길남이 '작가의 말'에 털어놓은 고백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왜 하필 소설이었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부한 친구들에게 객기를 부리던 도중에도,(…) 그놈의 다단계 피라미드로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어도, 열심히 한 선후배와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잘나가 질투의 화신이 되었을 때도, 아버지가 억하고 쓰러졌을 때도, (…) 아내와 생활비 걱정하다 괜히 고함지르고 미안했을 때도….'

그는 만만치 않은 현실과 맞붙은 끝에 소설집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배길남은 '싸움은 이미 벌어진 것'이라 했다.

'자살관리사'(전망)가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첫 소설집에 배길남이 붙인 표제다. 소설집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전체를 관통하는 '증오외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직업. '증오외전1-증오하지 말고 심수창처럼'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야구팀 롯데의 4강 진출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자살관리사와 롯데의 승패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하다 실패해 자살을 결심한 의뢰인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이고 죽어야 하는 상반된 처지이지만, 묘한 동질감을 나누는, 두 인물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는 단순하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과 위기, 그리고 인간의 운명 등 간단치 않은 사태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 절망적 상황을 굳이 설명하자니, 배길남은 상상의 직업을 고안해 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10년 넘게 해 온 '학원 선생'을 그만두고 3년 전 '전업 소설가'를 선언한 배길남은 다양한 관심사에 눈길을 던지는, 부지런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이번 소설집에서 보여 주고 있다. '썩은 강' 동천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썩은 다리-세 번의 눈물', 초량왜관에 온 사신을 맞기 위한 동래부사 행차를 그린 '동래부사접왜사도' 등에는 부지런히 사투리를 채집하고 부산 역사를 좇은 흔적들이 가득하다. 전업 소설가의 길을 계속 걷게 한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사라지는 것들'도 실렸다.

소설집에는 청년작가로서의 흥미로운 작업들도 시도된다. '증오외전1'에는 두 명의 화자를, '증오외전2'엔 네 명의 화자를 등장시키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크게 보면 구성원의 삶들을 중재할 무언가를 잃어버린 시대를, 이야기와 인물을 중재하고 설명할 화자보다는 저마다 이야기를 내뱉는 소설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고, 작게는 현란하고 빠른 소설로 게임 드라마 영화에 대항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배길남 소설'이 절망적이고 황폐하고 궁지에 처해 있지만은 않다. 단편마다 유머나 역설 풍자로 이야기를 풀어 가며 인간적 온기나 화해로 나아가고 있다. 김영한 기자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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