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오전 회의가 끝난 뒤 식사장소로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열린 이번 2차 사후조정은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마지막 교섭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법원이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안전보호시설은 물론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까지 평상시 수준의 인력 투입을 명시함에 따라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법상 ‘정상적’의 의미를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즉 평시와 같은 상태’로 해석한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을 보안작업으로 인정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가동시간·가동규모·주의의무로 수행되도록 명령했다.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작업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재판부는 보안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손상·변질 방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수행돼야 한다고 봤다.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도 결정의 주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설은 한번 손상되면 수리를 거쳐 재가동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쟁의행위 기간 중이라 해도 시설 손상 방지를 위한 작업은 평상시와 같은 정도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채권자(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손해와 위험은 사후적인 금전 배상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이행강제금도 부과해, 위반행위 1일당 노조 각각에 1억 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신청은 기각했다. 기각된 항목은 쟁의행위 참가를 호소·설득하기 위한 협박 사용 금지, 채권자 소속 근로자·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우하경 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이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파업 방식과 규모에 상당한 법적 제약이 가해지게 돼, 노사 막판 협상과 향후 노사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처분 일부 인용결정에 대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여 21일 예정된 쟁의활동을 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노사협상에도 타결을 목표로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진행되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돌입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조정은 총파업을 사흘 앞둔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노조는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의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