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반독재 민주항쟁인 부마민주항쟁을 소시민들의 시선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만화가 처음으로 나왔다. <불씨>(다드래기/창비)는 1979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나 1980년대 민주화 대서사의 발화점이 된 부마민주항쟁을 생동감 넘치는 만화로 표현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공단 여성 노동자, 건설 노동자, 배달원, 공장주 등 소시민들이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펼치다 마침내 민주항쟁의 불꽃 아래 하나로 모여든다는 내용이다. 무자비한 폭력 진압에도 굴하지 않고 ‘유신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45년 전 대한민국의 절실한 염원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여러 갈래의 민중 서사가 모여 거대한 민주화의 물결을 이루는 이번 구성은 부마민주항쟁의 특징과 의의를 적확히 재현해 냈다는 평가다.
이 책은 2022년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기획부터 콘티까지 실제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진상규명위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문가들의 내용 감수를 거쳤다. 여기에 지역에서의 삶과 작지만 소중한 존재들의 면면을 조명해 온 만화가 다드래기의 유려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20년에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4작품을 펴낸 데 이어 4년 만에 5번째 작품을 내놨다. 부마민주항쟁은 직후 일어난 10·26 사건과 그 이후 등장한 신군부의 광주 학살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 오랫동안 우리 기억에서 잊힌 아쉬움이 있었다. 창비 출판사 측은 부마민주항쟁을 만화로 표현한 유일한 작품인 <불씨>가 민주화 세대부터 어린이·청소년까지 함께 즐기는 현대사의 새로운 길잡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화운동을 만화로 보니 이 중요한 사건이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위대한 저항으로 평가받지만, 엄청난 사람들의 희생과 아직 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과거의 상처는 오늘을 바꾸어야 치유되기에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