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왼쪽 첫 번째) 대통령실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이 지난 7월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발언을 주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 특검’의 출범 가능성으로 인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여권의 ‘대안 찾기’가 난항에 빠진 분위기다. 당초 전 전 장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독주’ 체제로 후보군을 재편한 터라, 급박하게 새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을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통일교 특검법의 경우 현재 특검 추천, 수사 대상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지지 여론을 감안하면 늦어도 연초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내년 1~2월께 특검이 출범하고, 최소 3개월이 ‘기본’인 전례를 감안하면 통일교 특검은 6월 지방선거 직전 또는 이후까지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지역 여권에서는 금품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전 전 장관이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벗게 되면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전 전 장관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으로서는 대안을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지금껏 이뤄진 부산시장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과 호각세를 이룬 여권 후보는 전 전 장관이 유일하다. 이 대통령이 초대 해수부 장관으로 지명하며 일찌감치 시장 후보로 낙점한 전 전 장관에 내부 역량을 몰아준 탓에 기존에 거론됐던 주자들이 전 전 장관 이상으로 치고 나오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하 수석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40대 후반 나이에 우리나라 AI 정책을 이끌고 있는 하 수석이 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부산 경제의 대전환을 기치로 내걸면서 박 시장을 비롯해 야당 후보와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 수석이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이 대통령은 부산에 올 때마다 하 수석의 부산 연고를 언급하고 있고, 지난 23일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도 하 수석을 향해 “‘하GPT’(하 수석의 별명)의 고향도 부산 아니냐”면서 “(서울에) 오지 말고 그냥 여기 계시면 어떠냐”고 농담을 던졌고,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하정우 띄우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하 수석은 민간 AI 전문가에서 6개월 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사실상 정치 문외한인데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로는 적합치 않다는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이 AI를 최우선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그 핵심 전력인 하 수석을 불과 1년 만에 지방선거 자원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부산시장이 여권으로선 극히 어려운 선거인데, 하 수석을 자칫 ‘불쏘시개’로 소모하는 것 또한 이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보면 하 수석이 AI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막힘 없이 문답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추후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될 수 있겠더라”면서도 “지금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건 당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정치 생각이 있다면 차기 총선을 노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성완 부산시당위원장도 지난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 수석이 부산 출신이라는 걸 모르시는 시민들이 많다”며 출마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천·타천으로 출마설이 제기되는 대통령실 인사들은 실장과 수석, 비서관 및 행정관급을 포함해 10여 명에 이른다.
우선 충남 아산을 3선 의원 출신이자 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강훈식 실장이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맞물려 이 지역 출마설이 확산되고 있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전남지사와 광주시장 출마설이 나온다. 4선 의원을 지낸 우상호 정무수석은 강원도지사 출마가 유력시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남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이 돈다.
비서관급에서는 김병욱 정무비서관의 경기 성남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며, 울산시당위원장을 지낸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은 울산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대통령실 참모는 아니지만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경남지사 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사직은 내달 중순부터 2월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은 선거 90일 전인 내년 3월 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