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이 여장 파일럿이 됐다. 웨이브가 들어간 단발머리 가발을 쓸어 넘기며, 한껏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에서다. 조정석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파일럿’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힐을 신는 순간 걸음걸이 같은 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 밝혔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이 일련의 사건에 휘말린 뒤 여장을 하고 항공사에 재취업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조정석은 극 중 ‘한정미’로 재취업하는 파일럿 ‘한정우’를 연기했다. 그가 여장을 한 뒤에도 오랜 습관을 버릇처럼 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짓는 능청스러운 표정은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조정석은 “여장을 하니 저를 못 알아보는 분이 많더라”며 “거울을 보면서 손짓이나 표정 같은 걸 많이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뮤지컬 ‘헤드윅’에서 여장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그래서 그런지 이번 여장 남자 연기가 그렇게 생경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뮤지컬 무대보다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조정석은 “외모나 목소리에서 나오는 제 모습을 감추고 더 자연스러운 외형과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사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은 이번 신작이 그의 바로 전작인 영화 ‘엑시트’(2019년)와 같은 날 개봉하는 걸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두 작품 모두 개봉일이 7월 31일”이라면서 “‘엑시트’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관객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엑시트’와는 또 다른 시원한 맛이 있는 영화라 여름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이어 “캐릭터들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결 감독은 조정석과 함께 작업한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성덕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감독은 “예전부터 어느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조정석 씨를 꼽았다”며 “이번 작품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조정석 씨가 이미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이렇게 만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있게 작업한 작품이니 즐겁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