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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의 삶이 사람살이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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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몇 번,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길어질수록 받을 거라는 기대는 줄어든다. 결국 수신자를 대신해 안내음이 들렸다. 음성메시지를 녹음하라는 삐 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문자를 남겼다. 오전 11시였다. 왜 여태껏 자고 있냐는 핀잔 대신 오후에는 연락하자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수신인은 올해로 6년째 외출이 거의 없는 청년이었다.

필자는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2015년 이용 등록 회원(정신장애인)의 12%(6명)가 20대였는데, 2024년에는 24%(12명)로 청년 비율이 늘었다. 2024년 상반기에는 기관 안내와 이용을 위해 초기상담을 받은 21명 중 20명이 청년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청년이었다. 그들은 정신질환과 함께 대인관계, 경제 활동, 가족 갈등, 학교 폭력과 괴롭힘의 기억 등으로 외부와 단절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 은둔 청년이 대한민국 청년의 5%인 약 54만 명이라고 밝혔다. 지역 분포는 서울, 경기, 인천 다음으로 부산이 6.9%로 높았다. 참여연대에서 발표한 2024년 자료는 청년의 고립, 은둔을 지원하는 관련 법률은 같은 해 6월까지 85건이다. 그러나 초단시간이나 비대면 근로를 하게 되면 고립은둔상태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미취업기간으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재고립에 들어가더라도 관련 지원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

송국클럽하우스는 2023년부터 해운대구청 복지정책과,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해운대 드림스타트센터, 해운대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협력해 정보, 공간, 심리, 관계적 단절로 고립, 은둔의 상태에 있거나, 위험에 노출된 청년, 이와 더불어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동반한 청년들을 발굴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메타버스를 개발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별화 계획 수립, 가정방문, 상담서비스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의 은둔, 고립 청년 비율은 전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높지만 청년의 고립, 은둔 지원 정책은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다. 부산 지역 54개 기관에서 제공하는 일상돌봄서비스는 대부분 상담서비스거나, 청·중장년을 통합한 재가 돌봄, 가사 서비스다. 청년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국에서 10년간 청년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감소한 도시 부산에서, 청년의 무너진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회복, 재활 프로그램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협력기관에게 전화를 받지 않은 청년에게 찾아가자고 업무 연락을 했다. 청년과 약속을 정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함께 문을 두들겨볼 계획이다. 신영복 선생은 “사람의 준말이 삶이며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이고 우리가 일생 동안 경영하는 일의 70%가 사람과의 일이다”라고 했다. 선생의 말처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은둔, 고립 청년의 삶을 위한 노동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복지에 대한 정책과 서비스 논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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