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9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서구 충무동 근해트롤어업협회 사고대책본부. 이날 사고대책본부에는 전남 여수 해상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22서경호에 탑승한 기관사 A 씨 일가족이 모였다. 가장 A 씨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에 가족들은 눈물을 삼키거나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A 씨의 배우자는 “나 혼자 놔두고 가버리면 어쩌란 말이냐”며 “이대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고 절규하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협회 측에 ‘어찌 된 일이냐’, ‘(실종자를) 언제 찾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으나,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만 내쉬길 반복했다.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14명 탑승한 139t급 대형 트롤 선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이 모인 사고대책본부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인데, 선사는 여수에 유가족,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마련했다.
9일 오전 1시 40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139t급 대형 트롤 어선 제22 서경호가 갑자기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고 함께 이동하던 선단 어선 측에서 신고했다. 해당 선박에는 선원 14명(한국인 8명, 외국인 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모두 8명이 구조됐으나 그중 한국인 선원 3명은 사망했다. 외국인 선원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실종자 수색에 발견된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선사 옆에는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졌다. 야밤에 일어난 사고 탓에 새벽 동안 여러 가족이 오가고, 오전에는 A 씨 가족만이 있었다. A 씨 형은 “우리도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알았다”며 “우리도 아는 게 없어 너무 답답하다. (A 씨가)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해트롤어업협회 측은 실종자 수색을 돕고자 협회 소속 트롤 선박 7척이 사고 해역에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근해트롤어업협회 권영준 협회장은 “레이더에서 선박 신호가 사라지기 전 구조 신호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에서 서경22호 선사를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경 측도 경비함정 23척, 항공기 8대 등을 동원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경 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하는 등 사고 해역 기상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경호 선사 측은 현재 여수에 사망자·실종자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대기실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선사 관계자는 “어제오늘 해상에 강풍이 불었으며 사고 당시에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못했다”며 “선장이 사망한 상황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 수 없어 해경 수사를 기다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