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원수 300명 이상의 사업체 취업자가 5만 8000명 늘어나는데 그쳐 6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체는 상당수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공공기관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돼 취업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채용이 부진하면 청년들은 구직 의욕이 꺾이고 결국 이들이 구직시장을 떠나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일자리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들은 전년보다 2만 1000명이 늘어났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0명 이상 사업체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 6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 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8년 5만명 늘어난 뒤로 6년 만에 가장 증가 폭이 작다.
300명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 폭은 2022년 18만 2000명을 기록한 뒤 2023년 9만명으로 반토막 났고 작년엔 5만 8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3년째 가파른 감소세다.
특히 300명 이상 사업체 중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6000명 감소했다. 반면 운수·창고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5만 6000명 늘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크게 증가한데 원인이 있다.
이와 함께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 취업자 수도 최근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9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무기계약직·임원 제외)은 전년(2만 207명)보다 줄어든 1만 9920명을 기록하면서 2만명 선이 무너졌다.
또 최근 수출 호조세에도 대기업·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드는 것은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산업에 성장세가 집중된 점과 관련이 있다. 또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조가 확대된 영향도 있다.
이같이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자 청년들이 구직시장 이탈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런 현실은 최근 ‘쉬었음’ 청년 증가세에 드러난다.
일자리 통계조사에서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그냥 쉰다”고 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은 전년보다 2만 1000명 늘어난 42만 1000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44만 8000명)을 제외하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최근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쉬었음’ 청년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의 구직 의욕 저하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취업 맞춤형 프로그램 지원책에 머물러 있다.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큰 효과는 나오기 어렵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청년 고용은 작년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는 ‘쉬었음’나 실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